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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가 살 수 있는 곳에 독수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나도 내가 살 수 있는 곳에 나를 살게 하고 싶었습니다
자작나무가 자꾸만 자작나무다워지는 곳이 있었습니다
나도 내가 자꾸만 나다워지는 곳에 살게 하고 싶었습니다
내 마음이 자꾸 좋아지는 곳에 나를 살게 하고 싶었습니다
내가 자꾸만 좋아지는 곳에 나를 살게 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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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학(1962∼ )
필자는 해외여행 다녀온 티를 내는 시는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대체로’ 좋아하지 않는다. 시인이 실제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을 방문했는지 알게 되는 시. 시인이 그곳에서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먹었고, 누구를 만났는지 일기처럼 쓴 시. 낯선 여행지에 즉물적으로 반응하는 시는 여행기다. 소셜미디어를 보면 신기한 곳에 나 대신 놀러간 사람 이야기가 넘치는데 시가 굳이 필요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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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을 몰라도 시는 이해할 수 있다. 거기에는 독수리와 자작나무가 살고 있다. 독수리는 제게 어울리는 곳에 살고 있고 자작나무는 자작나무답게 살고 있다. 나도 나답게, 나로 살고 싶었다는 것을 이 시를 통해 발견하게 된다. 여행과 시의 묘미이자 공통점은 역시 ‘발견’에 있다.
나민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