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메이커/애덤 스미스 지음·이종인 옮김/512쪽·3만5000원·책과함께
구텐베르크의 활판 인쇄술이 발명된 이후 1490년대에 책 제작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인쇄, 제본, 제지업자가 등장해 책 제작이 분업화됐으며, 활자 디자이너란 직업도 이때부터 나타났다. 신간은 책이 처음 대량 생산된 15세기부터 약 500년의 세월 동안 책을 만들어온 이들의 이야기를 엮었다. 이른바 ‘제책(製冊)’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영문학과 책의 문화사를 가르치는 교수. 주로 16세기 이후 텍스트와 인쇄물을 집중 연구한 학자라고 한다. 문명의 핵심이 담긴 책이 어떤 우여곡절을 거쳐 우리가 지금 접하는 책의 형태에 이르렀는지를 추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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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 초까지 성경책은 인쇄업자들에게 상징적 출판물이었다. 저자는 “성경은 인쇄업자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핵심 텍스트”라고 말한다. 책을 출간하기에 앞서 왕실, 대학 등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했으며 크고 무거운 각 책의 표지마다 각별히 신경을 써야 했다. 가장 성스러운 책으로 여겨졌기 때문. 표지에는 황금색으로 큼지막하면서도 멋지게 ‘Bible’이라는 글자를 표기하는 전통도 생겼다.
이 책에선 완성된 책뿐만 아니라 미완성된 원고나 잘못 찍힌 활자, 엇나간 제본조차도 주요하게 묘사된다. 끝내 빛을 보지 못한 ‘실패작’이지만 오늘날 책 제작 발전에 기여했던 ‘소중한’ 실수들이기 때문이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