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갇힌 한반도] 40년전 年 4.6일서 2.4배로 급증… 폭염일수도 10년새 10.3→16.4일 서울 폭염 경보, 18일 앞당겨져 “밤기온 상승, 온실가스 탓 찜통돼… 폭염에 장마 예측도 어려워져”
“더위야 물러가라” 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바닥 분수에서 어린이들이 물을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3.2도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 체감온도가 33도를 넘으며 무더위가 계속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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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전역에 폭염 경보가 내려지는 등 무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1975년 이후 10년과 최근 10년을 비교한 결과 평균 열대야 일수가 40년 새 2.4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단위로 현대적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10년 단위로 나뉘는 첫 시점인 1975년 이후부터 계산한 결과다.
온실가스 증가로 밤 기온이 높아진 데다 바닷물 온도 상승으로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된 탓으로 풀이된다. 서울에서는 지난달 29일 이후 8일째 열대야가 관측됐고, 기록적인 불볕더위였던 지난해보다도 폭염 경보 시기가 18일 앞당겨졌다. 폭염 경보는 최고 체감온도 35도 이상이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표한다.
● 갈수록 빨라져 ‘7월 초 열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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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열대야 시점도 빨라지고 있다. 올해는 지난달 18일 강원 강릉에서 첫 열대야가 발생했고, 지난달 19일에는 대전 대구 광주 등 12개 지역에서 역대 가장 이른 열대야가 나타났다.
밤사이 최저온도가 30도를 넘는 초열대야 시기도 빨라졌다. 올해 강릉은 이달 1, 2일에 이어 6일 밤까지 3번째 초열대야가 나타났다. 지난해 강릉에 7월 28일 첫 초열대야가 나타나 기상청 관측 사상 첫 7월 초열대야로 기록된 지 1년 만에 시기가 한 달 가까이 앞당겨졌다.
열대야 일수가 지난 10년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것은 지구 온난화가 심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구가 방출한 에너지를 온실가스가 밤에 다시 지구로 돌려보내기 때문”이라며 “특히 야간 온도가 빨리 올라가는 것이 온난화의 주요 증거”라고 말했다.
● 열대야-폭염 연관성 높아, 장마는 오락가락
열대야는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을 뜻하는 폭염과도 연관성이 높다. 여름철 폭염은 주로 북태평양 고기압에서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되면서 발생하는데 밤사이 기온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열대야도 발생한다. 1973년부터 지난해까지 52년간 폭염 일수와 열대야 일수의 상관계수(1.0에 가까울수록 상관관계가 높음)는 0.84로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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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3일 남부지방과 제주의 장마가 종료돼 이들 지역에 역대 두 번째 짧은 장마가 나타나면서 ‘기후변화로 여름철 마른장마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만, 장마 일수나 강수량이 감소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975∼1984년 서울 지역 장마 평균 일수는 31.9일, 평균 합계 강수량은 366mm였다. 2015∼2024년의 장마 평균 일수(31.5일) 및 평균 합계 강수량(448.3mm)과 비교하면 장마 일수는 비슷하고 강수량은 늘었다.
다만 장마 변동성은 커지고 있다. 1973∼1998년 26년간 장마철 최저 강수량은 71.9mm(1973년), 최고 강수량은 876.9mm(1990년)로 805mm 차이가 났다. 1999∼2024년 26년간 최저 강수량(63.2mm·1999년)과 최고 강수량(1068.4mm·2006년)의 차이는 1005.2mm였다.
이명인 UNIST 폭염연구센터장은 “폭염이 마른장마로 바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장마는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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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