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타율 0.143, MLB 전체 최하위… 4월엔 타율-장타율-OPS NL 2위 자세 수정뒤 바깥쪽 빠른볼에 약점 “상체 먼저 나가며 원심력 이용못해 몸 회전 강하게 주는 ‘코일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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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와 함께 바람도 멎었다. 시즌 초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무대를 휘저었던 ‘바람의 손자’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가 타격 슬럼프에 빠진 채 6월을 마무리했다.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0.240, OPS(출루율+장타율)는 0.704까지 내려갔다. 타율과 OPS 모두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121위다. 타율, 장타율, OPS 모두 내셔널리그(NL) 2위를 하며 ESPN에서 최우수선수(MVP) 후보로까지 거론했던 4월까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정후는 NL 6위인 타율 0.319로 5월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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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정후에 대한 현미경 분석을 끝낸 상대 팀들이 약점을 파고들기 시작한 후 좀처럼 반등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5월 타율 0.231에 이어 6월 타율은 0.143까지 떨어졌다.
이정후의 한국프로야구 넥센(현 키움) 선배로 2015∼2019년 피츠버그에서 뛰었던 강정호(38)는 자기 유튜브 채널에서 ‘하체보다 상체 회전을 먼저 시작하면서 원심력을 이용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정호는 “(회전 중심 축인) 왼쪽 다리가 아직 움직이지 않았는데 손이 (먼저) 스타트를 끊는다”면서 “몸에 회전을 강하게 줄 수 있게 ‘코일링(coiling)’이 되는 타격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전선을 스프링처럼 감아 놓은 코일에서 유래한 코일링은 상·하체를 서로 반대 방향으로 비틀어 힘을 모으는 동작을 가리킨다.
두 달 새 이정후의 타격 자세가 변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발 위치다. 군사용 레이더 기술을 활용해 각종 투타 관련 기록을 제공하는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이정후는 4월 이전에는 두 발 사이를 29.5인치(약 74.9cm) 떨어뜨린 상태로 타격을 준비했다. 6월에는 이 거리가 27.3인치(약 69.3cm)로 줄었다.
이정후는 준비 자세를 간소화하면 몸쪽 빠른 공을 더 쉽게 때릴 수 있을 것이라는 구단의 조언에 따라 자세를 수정했다. 지난해 33도였던 두 발 사이 각도를 44도로 늘리라고 주문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원래도 ‘오픈 스탠스’였던 이정후는 이제 MLB에서 두 번째로 ‘열린 자세’에서 투구를 기다리는 왼손 타자가 됐다. 하지만 기대했던 결과는 얻지 못하고 상체 먼저 출발하는 문제점을 얻게 됐다. 이정후는 특히 상대 투수들이 던지는 바깥쪽 빠른 공에 좀처럼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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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우 기자 j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