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외환 혐의를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입주해 있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청사 앞. 이날 특검과 윤 전 대통령 측은 2차 소환 시점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특검은 1일 오전 9시 출석을 통보했지만, 윤 전 대통령 측은 5일 이후로 일정을 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광고 로드중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 선포문을 사후에 작성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서명을 받았다고 내란 특검에 진술했다고 한다. 계엄 당일 밤 국무위원들에게 배부된 선포문에는 서명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없었는데 이틀 뒤 서명란을 추가한 문건을 새로 만들어 마치 계엄 선포 전 총리와 국방부 장관이 서명한 것처럼 꾸몄다는 것이다. 하지만 며칠 뒤 한 전 총리가 사후 문건을 만든 게 알려지면 논란이 될 수 있으니 강 전 실장에게 없던 일로 하자고 해 급조한 선포문은 결국 폐기됐다고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등에서 보안이 요구되는 사안은 사후 결재도 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계엄 선포문을 뒤늦게 만든 걸 보면 윤 전 대통령 측도 서명이 빠진 선포문은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할 때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는 건 물론이고, 문서를 갖춰 총리와 담당 장관의 서명을 받도록 한 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려는 헌법적 통제 장치다. 사후에 요식행위로 메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직전 국무위원들을 불러서 했던 회의는 절차적 하자의 연속이었다. 안건 상정도, 회의록 작성도, 국무위원들 서명도 없었다. 회의 시간은 고작 5분 정도였다. 한 전 총리는 “형식적 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했고, 다른 장관들은 “국무회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헌재 역시 국무회의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심의도 제대로 거치지 않아 계엄 선포 절차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