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버드大 미술사학과 매코믹-리핏 부부 교수 인터뷰 동아시아 고미술 연구 리핏-매코믹… 국립고궁박물관 학술 발표위해 방한 리핏 “한반도서 日에 선물한 유물… 군주의 이상이 담긴 다층적 예술” 매코믹 “韓日 회화 전통 주고 받아… 궁정 기록화에도 영향 미쳤을 것”
국제학술대회 ‘동아시아 왕실 문화와 미술’에서 발표자로 참여하는 미국 하버드대의 멀리사 매코믹(왼쪽), 유키오 리핏 미술사학 교수. 리핏 교수는 “험준한 근대사로 인해 온전히 살아남기 어려웠던 동아시아 왕실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청 제공
“고려 불교 미술은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아주 중요한 문화유산입니다. 중국, 일본과 비교했을 때 크기는 더 대범하고, 그림을 그린 장인의 기술은 최고 수준이죠.”(유키오 리핏 교수)
미국 하버드대 미술사학과의 ‘부부 교수’이자 동아시아 고미술 연구의 권위자인 리핏, 매코믹 교수를 26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만났다. 이들은 27일부터 이틀간 국립고궁박물관 개관 20주년을 맞아 열리는 국제학술대회 ‘동아시아 왕실 문화와 미술’에 발표자로 참여한다. 두 교수는 “한국의 문화, 특히 왕실 미술은 그 중요성과 우수성에 비해 더 깊이 연구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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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코믹 교수는 일본 궁정미술을 연구하는 세계적인 학자다. 대표 저서로는 ‘중세 일본의 소형 족자와 토사 미쓰노부’(2009년), ‘겐지 이야기: 시각적 동반자’(2018년) 등이 있다.
백제 의자왕이 일본에 하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적칠문관목주자(赤漆文灌木厨子)’도 주요 핵심 보물이다. 일본 나라국립박물관 제공
일본 쇼소인 소장품 가운데 대표적인 한반도계 보물로 꼽히는 ‘신라 금(琴)’. 신라에서 유래된 악기로 추정된다.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이처럼 두 교수는 왕실 미술을 “군주의 이상이 다층적으로 반영된 예술”이라고 정의한다. 매코믹 교수는 일본 에도시대의 한 족자 그림을 통해 궁정 기록화가 “단순 기록물을 넘어 고전 설화처럼 재구성된 복합적 예술품”이라고 해석했다. 후대에도 왕실의 권위를 반복적으로 상기시킬 시각적 장치로 활용됐다는 것이다. 이 족자는 하버드대 소장품으로, 과거 일본 왕궁에서 거행됐던 불교 의례가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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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화재와 전란을 겪으면서 궁궐이 여러 번 소실된 한편 왕조의 정통성을 강화해야 했단 점에서 에도시대와 닮았어요. 18, 19세기 두 나라는 회화 전통을 활발히 주고받았고, 특히 의궤는 휴대성이 높으니 영향을 주거나 받았을 가능성이 있죠.”
이런 주장은 동아시아 궁정 기록화에 대한 접근 방식이 주로 기록성이나 사실성에 집중됐던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고도 볼 수 있다. 매코믹 교수는 “동아시아 궁중화가 단순히 경험적인 기록을 보여주는 수단이 아니라 감동적, 상상적인 예술로서 받아들여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