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한 싱크홀 사고조사위 싱크홀 면적 4m²-깊이 2m 이상땐 사고조사위 꾸려 원인 규명 가능 649건 요건 되는데도 3건만 열려 인명피해에도 구성안돼 ‘기준 혼선’ 강제조사 권한 없어 현장 못 가기도
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크랙: 땅은 이미 경고를 보냈다’는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를 자체 제작, 공개하고 국토교통부 서울시 부산시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싱크홀 자료의 문제점을 파헤쳤습니다.
● 사람 숨진 싱크홀, 사고조사위 구성 안 해
현행법에 따르면 정부는 면적 4m² 이상 또는 깊이 2m 이상의 싱크홀 사고에 대해선 전문가들을 모아 중앙사조위를 구성할 수 있다. 보통 토질, 터널, 지하 안전 등 전문가 12명 이내로 구성되며 6개월간 조사할 수 있고, 추가로 3개월 활동을 연장할 수 있다.
그래픽=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반면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지난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싱크홀 사고 때는 중앙사조위가 구성되지 않았다. 2021년 1월 경기 안산시의 한 건설현장에서 주변 도로 80m가 무너질 정도로 큰 싱크홀이 발생했지만 이 역시 중앙사조위는 구성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구성 기준을 알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2021년 구성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이후에도 구성 기준을 충족한 싱크홀 사고 239건 중 2건(0.8%)만 중앙사조위가 구성됐다.
그래픽=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정부가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며 대부분의 싱크홀 원인 조사는 지방자치단체 몫이 됐다. 지자체도 사고가 터지면 해당 과 공무원 등으로 자체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지만 역량 및 전문성 부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020년 8월 구리시 교문동에서 아파트 앞 도로가 가라앉아 폭 16m, 깊이 20m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인근에서 지하철 굴착 공사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구리시는 자체 조사 결과 ‘상수도관 파열’ 탓이라고 발표했다. 당시 구리시 관계자는 “해당 공사는 발파 방식이 아닌 기계를 이용한 굴착 방식이라 싱크홀과 연관성이 낮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싱크홀 사고가 나면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사조위를 구성해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실제 조사를 수행하는 위원들의 권한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도 등 여러 지자체 사조위에 참여한 이규환 건양대 재난안전소방학과 교수는 “조사위원들이 사고 현장에도 못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법 개정을 통해 강력한 조사 및 자료 요구 권한을 부여하는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9일 충남 당진시 아산국가산업단지 부곡지구 내 위치한 한 녹조제거 장비 생산 공장의 직원들이 내려앉은 계단을 지나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6년 전 한국전력 지하 굴착공사로 피해를 입은 이 공장은 건물안전진단에서 D등급(붕괴 위험이 있어 지자체에서 사용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할 단계)을 받았지만 복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히어로콘텐츠팀
한전 “바다 매립지 특성 고려해야”
지난달 29일 충남 당진시 아산국가산업단지 부곡지구 내 녹조제거 장비 생산 공장에서 한 직원이 벽면 곳곳에 균열이 나있는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다. 균열 옆으론 발견 시점과 발전 양상 등이 마카로 기록돼있다. 6년 전 한국전력 지하 굴착공사로 피해를 입은 이 공장은 건물안전진단에서 D등급(붕괴 위험이 있어 사용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할 단계)을 받았지만 수 년째 복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히어로콘텐츠팀
지난달 29일 충남 당진시 아산국가산업단지 부곡지구 내 반도체 부품 생산 공장에서 한 직원이 기울어진 바닥을 따라 자재들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고 있다. 6년 전 한국전력 지하 굴착공사로 인해 지반침하 피해를 입은 이 공장은 다량의 수소가스와 실란가스 등 유해물질을 다루고 있어, 2023년 3월 당진시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됐다. 히어로콘텐츠팀
법정 공방이 지속되는 동안 피해 공장 대표들은 건물안전평가에서 D등급을 받은 공장에서 일을 이어가고 있다. D등급은 지방자치단체가 사용 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할 정도로 피해가 심한 상태다. 지난달 28일 오후 찾은 공단에서는 바닥이 10cm 넘게 가라앉아 있거나 가스관이 휘어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곳에 입주한 송근상 현대호이스트 대표는 “차라리 다 무너져 내렸으면 좋겠다. 사람이 죽어야 관심을 갖지 않겠느냐”고 했다.
지난달 29일 충남 당진시 아산국가산업단지 부곡지구 내 위치한 한 크레인 제작·설치 업체 공장에서 직원들이 끈을 팽팽히 당겨 바닥과 바닥을 이은 뒤 끈의 중간쯤에서 내려앉은 바닥에 자를 대보자, 끈이 12cm 넘게 공중에 떠있었다. 히어로콘텐츠팀
▶크랙 디지털 인터랙티브 기사 보기
https://original.donga.com/project/series?c=0311
히어로콘텐츠팀
▽팀장: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취재: 공승배 주현우 기자
▽프로젝트 기획: 임상아 ND
▽사진: 홍진환 기자
▽편집: 이소연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
▽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ND
▽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이형주 인턴
당진=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공승배 기자 ksb@donga.com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