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서울 싱크홀 사고 분석해 보니 굴착공사 안전관리 부실 등 ‘인재’ 지하안전영향평가 실효성 지적도
4월 경기 지역의 한 지하철 굴착공사 현장을 찾아간 정부 안전 점검단이 터널의 단면을 살펴보고 있다. 이 현장에서는 발파 작업도 진행 중이었다. 전문가들은 지반이 연약한 곳에서 안전 관리를 부실하게 한 채 발파 작업을 할 경우 싱크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히어로콘텐츠팀
2019년 12월에 1명이 숨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싱크홀(땅 꺼짐) 지점에서는 지하보도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여의동은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한국지하안전협회와 제작한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에서 안전도가 낮은 5등급 지역이었다.
2019년 12월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여의도역-파크원 지하보도 공사 현장에서는 폭 2.5m, 깊이 2.5m 싱크홀로 작업자 1명이 사망했다. 여의동은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한국지하안전협회와 제작한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에서 안전도가 낮은 5등급이었다. 동아일보DB
히어로팀은 2018년 이후 서울에서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깊이 5m 이상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한 지점 6곳을 안전지도에서 분석했다. 국토교통부의 지하안전정보시스템(JIS)은 싱크홀 관련 자료를 2018년부터 집계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해당 사고 모두 4, 5등급 지역에서 일어났다. 6건 중 사망 사고는 여의동, 연희동, 강동구 명일2동 등 총 3건이었는데 인근에 굴착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대형 싱크홀을 포함한 전체 싱크홀은 서울에서 2018년 이후 총 132건 있었는데 90건(68.2%)이 안전지도상 4, 5등급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지하에 묻어 놓은 상하수관이 손상돼 지하수가 흘러나오거나, 주변 굴착공사로 인한 여파가 원인이었다.
동아일보와 한국지하안전협회는 지반, 지반침하 이력 등을 반영한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를 만들어 각 동의 안전등급을 1~5등급으로 분류했다. 5등급은 가장 안전도가 낮은 등급이다. 국토교통부 지하안전정보시스템(JIS)에 등록된 2018년 이후 서울 싱크홀 지점 132곳 중 90곳이 4, 5등급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에서 현재 진행 중인 지하 10m 이상 굴착공사(최근 1년 이내 완공된 곳 포함)는 총 196곳이었다. 그래픽=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8년간 132건중 90건 4, 5등급 몰려
인명피해 주요 원인 ‘굴착공사 부실’
서울內 깊이 10m 공사장 300여곳중
196곳이 ‘본보 안전지도’서 4, 5등급
“굴착공사 현장 수시 안전점검 필요”
지난해 8월 29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차도에서 폭 4m, 깊이 2.5m 싱크홀이 발생해 승용차가 빠져 있다. 이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다쳤다. 이 도로 인근에는 2020년부터 사천 빗물펌프장 유입관로 신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올 1월에도 이곳에서 500m 떨어진 곳에서 싱크홀이 생겼다. 연희동은 히어로팀이 제작한 ‘싱크홀 안전지도’에서 안전도가 낮은 4등급이다. 뉴스1
싱크홀 원인은 지하 매설물 손상, 굴착 공사 등 다양하다. 서울에서 발생한 싱크홀 중 63.6%는 ‘상하수도 및 매설물 손상’이 원인이었다. 하수관이 깨져 물이 흘러나올 때 흙이 쓸려가며 싱크홀이 생기는데, 지하 1∼2m 얕은 깊이에서 발생해 피해 규모가 크지 않다.
그래픽=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 지금도 196곳 대규모 굴착 공사 진행 중
그래픽=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취약성 알고도 추가 조사 안해
올 3월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2동 싱크홀 사고 현장. 이 곳 인근에는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지하안전특별법상 지하 10m 이상을 굴착하는 공사는 전문 업체로부터 지하안전에 미칠 영향성을 평가받는 지하안전영향평가를 받는다. 이 지하철 공사 역시 지하안전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반 조건이 가장 취약한 구간으로 지적된 곳에 대한 지반 안정성 해석이 꼼꼼히 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히어로콘텐츠팀
지하안전법에 따르면 지하 10m 이상 굴착공사를 하기 전 지하안전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명일2동 일대에서 진행 중인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도 2023년 이 평가를 통과했다. 평가는 주요 지점(대표 단면)을 조사해 수치로 안전 여부를 나타낸다. 굴착을 하면 주변 땅, 구조물 등이 얼마나 영향을 받아 움직이는지 예측해 수치로 나타내는 식이다. 기준치를 초과하면 공사를 못 한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평가 보고서를 입수해 전문가들과 검증했다. 총 21곳 지점을 대표 단면으로 선정해 분석해놨는데 그중 싱크홀 지점과 가까운 지점은 ‘터널 상단 침하량’(터널 윗부분이 주저앉는 정도)이 24.86mm였다. 최대 허용 기준치(25mm)를 불과 0.14mm 차이로 통과했다. 그 주변은 대표 단면 선정 및 조사,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구간에서 올해 3월 24일 싱크홀이 발생해 오토바이 운전자가 숨졌다.
보고서를 본 전문가들은 “마지막 조사 지점이 기준치를 턱걸이로 통과했다면 그 주변은 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로 대표 단면으로 지정, 분석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지질 전문가인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교수는 “취약 단면을 선정한다면 당연히 포함됐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지하안전평가 업체는 “보고서 뒷부분에 사고 지점과 가까운 구간을 검토한 내용을 추가했다”며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많은 단면을 다 검토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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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콘텐츠팀
▽팀장: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취재: 공승배 주현우 기자
▽프로젝트 기획: 임상아 ND
▽사진: 홍진환 기자
▽편집: 이소연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
▽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ND
▽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이형주 인턴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공승배 기자 ksb@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