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부활도 막힌 자영업자] 대출 금액 작년말보다 1.4조 증가 생산지수도 3.6%↓… 3년새 최저 고금리-고물가에 정치불안 겹친탓… 李, 추경-금융 부담 완화 정책 예고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대표적인 내수업종인 숙박업과 음식점업의 금융권 대출액이 사상 최초로 90조 원을 넘겼다. 고금리·고물가에 정치 불안까지 겹치면서 영업이 쪼그라들자, 자영업자들이 대출을 늘리면서 근근이 버티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취급기관의 숙박·음식점업 대출 잔액은 올해 1분기(1∼3월) 말 기준으로 90조4269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89조190억 원)보다 1조4079억 원 늘어난 것으로, 숙박·음식점업의 대출 잔액이 90조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숙박·음식점업의 대출 잔액은 한은에서 관련 통계가 처음 작성된 2008년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2008년 1분기 말 기준 22조3387억 원이었던 대출 잔액은 10여 년 만인 2018년 2분기(4∼6월·51조2244억 원)에 50조 원을 넘어섰다. 이후 7년도 채 되지 않아 90조 원을 뛰어넘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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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올해 1분기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는 109.5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6% 감소했다. 지수 역시 코로나19가 한참이던 2022년 1분기(99.6)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한은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4차례에 걸쳐 1.00%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등 내수 부양에 나섰지만, 여전히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늘어난 자영업자 대출이 국내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액만 1064조2000억 원에 달하는데, 대출 연체율이 1.67%에 이른다. 3년 새 3배 이상 불어난 규모다. 취약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11.16%까지 치솟았다.
새 정부에서는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통해 소비 진작에 나서는 한편, 자영업자의 금융 부담을 낮춰주기 위한 ‘대규모 빚 탕감’을 예고한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자영업자의 빚 문제와 관련해 “단순 채무조정을 넘어 실질적 탕감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 대출에 대한 채무조정부터 탕감까지 종합방안을 만들고, 비상계엄 피해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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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