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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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신약’으로 불리는 비만 치료제가 실생활에서는 임상시험보다 체중 감소 효과가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병원으로 꼽히는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연구에 따르면, 주사형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치료제인 세마글루타이드(제품명 오젬픽(Ozempic)·위고비(Wegovy)와 티르제파타이드(마운자로(Mounjaro)·젭바운드(Zepbound)) 투여 환자들의 1년 후 평균 체중 감량 효과는 9% 미만으로 집계됐다.
이는 위고비와 젭바운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을 때 근거로 제시한 임상시험에서 약속했던 15~21%의 체중 감량 효과보다 훨씬 낮은 수치라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FDA는 위고비와 젭바운드는 비만치료제, 오젬픽과 마운자로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각각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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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약물은 인슐린과 혈당 수치를 조절하고, 식욕을 감소시키며, 음식 소화를 늦추는 GLP-1 호르몬을 모방한다.
연구진은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중증 비만(BMI 39 이상)으로 치료받는 7881명의 성인 환자를 추적 조사했다. 이 중 1320명은 연구 시작 시 당뇨병 전단계로 분류되었다. 이는 혈당 수치가 5.7%-6.4% 사이인 경우를 말한다. 당뇨병 전단계 환자는 제2형 당뇨병으로 발전할 위험이 높다.
연구 참가자들은 2021년에서 2023년 사이에 세마글루타이드 또는 티르제파타이드 주사제로 비만 치료를 시작했다. 약 6100명이 세마글루타이드, 나머지가 티르제파티이드를 처방받았다. 추적 관찰은 2024년 12월에 종료했다.
앞서 소개했듯 전체 비만 환자의 1년 후 평균 체중 감소율은 9%에 조금 못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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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20% 이상의 환자가 초기에 치료를 중단했으며, 32%는 후기에 치료를 중단했다. 또한, 연구 참가자의 80% 이상이 낮은 유지 용량(세마글루타이드 1㎎ 이하, 티르제파타이드 7.5㎎ 이하)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지 용량은 치료 효과를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약물의 양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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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시작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일찌감치 치료를 중단한 참가자는 평균적으로 체중이 3.6% 감소했다. 어느 정도 치료를 받다가 늦게 중단한 그룹은 6.8%, 치료를 중단하지 않은 환자는 평균 11.9%의 체중을 감량했다.
높은 유지 용량으로 치료를 지속한 참가자는 세마글루타이드의 경우 13.7%, 티르제파타이드의 경우 18.0%의 체중 감소를 기록했다.
이를 종합해 연구진은 치료 기간 1년 기준으로 평균 10% 이상 체중 감소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은 요인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약물을 중단하지 않거나 늦게까지 투여, △높은 유지 용량 사용, △티르제파타이드(젭바운드) 투여, △여성(남성과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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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전단계를 가진 대다수의 환자가 치료를 지속했을 때 정상 혈당 수치에 도달했다. 제2형 당뇨병은 비만의 가장 흔한 합병증 중 하나이기 때문에, 당뇨병 예방은 매우 중요하다. 이번 연구는 특히 초기 치료 중단이 체중 및 혈당 조절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라고 기소얀 박사가 설명했다.
치료를 중단한 가장 흔한 이유로는 약물 비용 및 보험 관련 문제, 부작용, 약물 부족 등이 포함되었다.
비만 치료제는 국내의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다. 병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연간 치료비가 1000만 원을 넘는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