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조원 배상 이끈 加 트뤼델 변호사 “해로움 숨기고 질병과 관계도 부정 담배회사의 기만 법원이 단죄한 것 韓도 다음 세대 위해 책임 물어야”
캐나다 담배 소송을 승소로 이끈 필리프 트뤼델 변호사는 10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소송을 통해 담배회사가 은폐한 진실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광고 로드중
“흡연자는 담배회사가 쳐 놓은 중독이라는 덫에 걸린 겁니다. 이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볼 수 있을까요.”
캐나다에서 27년간 진행된 담배 소송에서 담배회사로부터 325억 캐나다달러(약 33조 원)의 배상을 이끌어낸 필리프 트뤼델 변호사는 10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본보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트뤼델 변호사는 1998년 시작된 캐나다 담배 소송의 산증인이다. 오랜 법정 공방 끝에 2015년 1심은 임피리얼 토바코 캐나다 등 담배회사 3곳에 150억 캐나다달러(약 15조 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담배회사들은 2019년 항소심에서도 패하자 파산보호 신청을 했고, 온타리오주 고등법원은 올 3월 ‘20년에 걸쳐 총 325억 캐나다달러를 배상한다’는 내용의 합의안을 최종 승인했다.
광고 로드중
트뤼델 변호사는 “담배회사는 담배가 얼마나 해로운지 숨겨 어린 소비자가 잘못된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하고, 흡연과 중독·질병의 관계마저도 부정해 왔다”며 “법원이 이런 기만행위를 단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담배회사가 은폐해 온 진실이 드러나면서 캐나다 흡연율은 소송 기간 38%에서 10%까지 떨어졌다”며 “이들은 앞으로 20년간 순수익의 70∼85%를 배상금으로 지급해야 해 더 이상 기만적인 판촉 행위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상금 중 약 43억 캐나다달러(약 4조3000억 원)는 7만 명가량으로 추산되는 피해자에게 지급된다. 10억 캐나다달러(약 1조 원)는 담배의 유해성과 관련 질병을 연구하는 재단을 운영하는 데 쓸 예정이다. 트뤼델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포함되지 않은 전자담배 집단 소송, 세금을 포함한 정부 담배 규제 강화 등 담배업계와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도 533억 원 규모의 담배 소송이 진행 중이다. 트뤼델 변호사는 “30%가 넘는 한국 남성의 흡연율은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되는 수준”이라며 “담배회사에 책임을 묻는 것은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다음 세대를 위해 꼭 필요한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