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태영 용인세브란스병원 입원의학과장(대한입원의학회장)
경태영 용인세브란스병원 입원의학과장(대한입원의학회장)
30여 년간 내과의사, 입원의학과 의사로 일하면서 ‘내가 만일 환자라면 무엇을 원할까’ 고민할 때가 많았다. 주치의가 알기 쉽게 설명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해 빨리 회복시키는 것, 퇴원 뒤 같은 병이 재발하지 않게 돕는 것 등이 아닐까. 당연하지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진료과 교수는 외래진료나 수술, 연구로 숨 돌릴 틈이 없다. 전공의 역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다. 그렇다 보니 환자는 짧은 회진 시간 외에 의사를 만나기 어려웠다. 특히 의정 갈등으로 전공의 집단 사직이 이뤄지면서 의료 현장은 ‘환자 중심 의료’에서 더욱 멀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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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환자를 돌볼 때는 질환 중증도나 동반 복합질환, 예기치 못한 상태 변화 등 다양한 변수에 직면한다. 병동에 상주하는 입원 전담 전문의는 그런 문제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고 다른 과 의사와 협진, 보호자 소통, 입·퇴원 조정 등을 총괄한다. 진료 연속성과 안전성을 높여 쾌유를 앞당기고 의료 질을 향상하는 역할도 한다.
의료 선진국에서는 입원 전담 전문의가 병원 의료 중심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미국은 종합병원의 75% 이상에서 6만 명 이상이 활동 중이다. 한국은 지난해 말 기준 70여 개 병원에서 근무하는 입원 전담 전문의가 375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대부분 서울 등 수도권 대형 병원에 몰려 있다.
대한내과학회에 따르면 300병상 이상 병원에서만 약 2200명의 내과 입원 전담 전문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난해 의료기관 평가 기준에서 입원 전담 전문의 배치 항목이 빠졌다. 병원 경영진이 구인난을 호소하자 전문의를 더 뽑지 않아도 되도록 정부가 편을 들어줬다. 과거보다 후퇴했다.
입원 전담 전문의는 단순한 전공의 대체 인력이 아니다. 오히려 전공의에게 입원환자 진료에 필요한 종합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 이전처럼 전공의에게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환자를 맡긴 채 충분한 수련 시간을 주지 못한다면 우리 의료는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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