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지난 달 30일 개막한 전시 ‘시대복장 Iconclash: Contemporary Outfits(상징 충돌: 현대의 옷차림)’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패션을 주인공으로 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패션스튜디오 ‘지용킴’과 ‘포스트아카이브팩션(파프)’, ‘HYEIN SEO(혜인서)’가 각각의 전시실에서 각자의 디자인과 그것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미술관 전시의 문법을 빌려 선보였다.
1전시실에선 지용킴의 검은 코트 22벌과 ‘선블리치’ 기법을 활용한 대형 패브릭, 또 이 기법을 사용하면서 함께 녹이 슬거나 빛이 바랜 작업실의 도구들을 전시했다. 화학약품을 쓰지 않고 몇 주에서 수개월간 시간을 들여 원단에 무늬를 넣는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일민미술관 외벽에 걸린 대형 현수막도 지용킴 스튜디오가 선블리치 기법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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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인서는 3전시실에서 10년 동안 컬렉션을 준비하며 만들었던 디자이너 스케치와 드로잉은 물론 참고 자료와 사진, 책을 캐비닛 여러 대에 나열했다. 디자이너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시대나 지역을 가리지 않고 찾아낸 다양한 이미지는 물론, 소설 같은 텍스트까지 영감의 원천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캐비닛에 부착된 자료들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벽면에 적힌 설명 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패션 디자인은 20세기 초 유럽에서 아방가르드 예술 운동이 일어나면서 장식·기능적 목적을 넘어서 사회∙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기 시작했다. 프랑스에선 1930~1940년대에 20세기를 대표하는 여성 패션디자이너 중 하나인 엘사 스키아파렐리(1890~1973)가 살바도르 달리 등과 협업해 대표작 ‘랍스터 드레스’ 등을 만들며 인간의 무의식을 패션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일민미술관의 ‘시대복장’전은 요즘 한국에서 활동하는 패션 스튜디오들이 어떠한 창작 과정을 거치고 있는지에 관한 고민과 맥락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세 스튜디오는 모두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태어난 디자이너들이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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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