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의 삶 돌아본 에세이 한식 때문에 차별 겪었지만 韓日 문화 모두 즐기며 극복 ◇마지막엔 누룽지나 오차즈케로/후카자와 우시오 지음·김현숙 옮김/312쪽·1만8800원·공명
소설가인 저자가 평생 먹어온 것들을 통해 자신의 삶과 가족사를 되돌아본 에세이다. 일본에서 재일교포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인생의 단계마다 함께한 음식을 통해 들려준다. 부제가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함께했던 혀끝의 기억’인 이유다.
그의 가정에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가 버무려졌고, 음식도 평생 두 나라의 것을 오가며 살았다. 재일 한국인 2세로 올해 87세가 된 어머니는 평생 남에게 한국인임을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밖에서 마늘 냄새를 숨기려고 마늘을 적게 넣어 샐러드처럼 먹는 김치를 특별히 고안했다. 식구들이 아플 땐 곰탕을 끓여 먹였는데, 집에서 멀리 떨어진 동네까지 꼬리뼈를 사러 다니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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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이리저리 흔들리며 확고한 귀속의식 없이 살아야 했던 저자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김치를 변형해서 즐기게 됐고, 엄한 아버지와 희생적인 어머니를 용서하는 어른이 됐다. 그리고 ‘무엇이 나를 규정하든 나는 그냥 인간으로서 나이며, 두 문화를 모두 즐기는 나’라는 인식으로 나아간다.
저자는 최근 일본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절임류가 김치라는 사실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아흔 살을 바라보는 저자의 어머니는 지금은 한류의 영향으로 김치를 비롯한 한국 음식을 어디서나 팔고 있기에 ‘마음 놓고 마늘을 많이 넣은 김치를 먹을 수 있고, 쉽게 꼬리뼈를 살 수 있는 세상이 됐다’며 흐뭇해한다고 한다. 오늘 내가 먹는 것의 의미를 새삼 생각하게 만든다. 저자는 2012년 소설 ‘가나에 아줌마’로 일본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R-18 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