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택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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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사실공표죄의 구성요건에서 ‘행위’를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전광석화처럼 진행되고 있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 다음 날인 2일 민주당 소속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이 발의하더니, 7일 행안위에 이어 14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곧바로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 뒤 시행할 기세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민주당이 서두르는 건 이 조항으로 기소돼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된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재판을 면소 판결로 끝냄으로써 눈앞에 닥친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다만 대외적 명분은 이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행위’와 같은 추상적 용어는 법 적용 범위를 예측하기 어렵게 한다”고도 주장했다.
“‘행위’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금지는 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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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묶고 입은 풀라’는 말처럼 선거법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돼 왔다. 그 궁극적인 목적은 자유로운 선거운동 보장 자체보다는 국민의 의사가 정확하게 선거에 반영되도록 하는 데 있을 것이다. “후보자가 자신의 행위에 관해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결과적으로 선거의 공정성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고 헌재가 판시했듯이 거짓말을 하는 입까지 풀어준다면 표현의 자유는 커질지언정 국민이 왜곡된 정보를 근거로 투표할 위험 역시 높아진다. 본말이 전도되는 셈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행위에 대한 후보자의 발언이 허위인지 여부는 사법기관이 아니라 공론의 장에서 가려져야 하고, 형사처벌보다는 정치적인 책임을 물어야 하는 영역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상적인 방향일지는 몰라도 처벌과 피선거권 박탈이라는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거짓말을 늘어놓는 후보들이 넘쳐나는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고 본다.
“공론의 장에서 검증” 실현 가능성 있나
사실 후보자나 가족의 ‘출생지, 가족관계, 신분, 직업, 경력, 재산’ 등 허위사실공표죄의 다른 요건들에 비해 어떤 행위를 했는지 안 했는지, 이에 대한 발언이 인식의 표현인지 사실의 진술인지를 가리는 건 전문가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시민들이 이를 판단해 투표에 반영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더욱이 선거운동 막바지에 나온 발언은 검증할 시간적 여유도 없는데, 선거에서 이기고 나면 허위 발언이라는 게 밝혀진들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날 당선자가 얼마나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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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