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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예금이 전 국민의 기본 재테크인 이유는 안전하고 쉽기 때문이다. 소중한 원금을 날릴까 걱정할 필요 없이 꾸준히 모으면 목돈을 쥘 수 있다. 하지만 예금 금리가 갈수록 추락하면서 “뭐니 뭐니 해도 은행 이자 따박따박 받는 게 최고”라는 믿음이 사라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은행을 통해 가입한 정기예금은 지난해 말 기준 2314만7000계좌로, 1년 전보다 595만 계좌가 줄었다. 2년 사이에 해지된 정기예금은 1000만 계좌가 넘는다.
▷예금이 외면받는 것은 금리가 낮아도 너무 낮기 때문이다. 은행의 대표 금융상품인 1년 만기 정기예금은 최근 연 1%대 금리 상품까지 나왔다.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넉 달 연속 2%를 웃돌고 있고, 여기에 이자소득세를 감안하면 실질적인 예금 금리는 제로를 넘어 마이너스 상태다. 경기 침체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 예금 금리는 앞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
▷은행 계좌를 빠져나온 돈은 주식, 금, 가상자산, 외화 등 다른 투자처를 찾아 이동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거래 금액은 1510억 달러(약 214조 원)로, 1년 전 980억 달러(약 139조 원)보다 54% 급증했다. 은행의 단기 대기성 자금은 줄고 증시 투자자 예탁금은 늘었다. 은행을 떠난 자금도 대박의 기회와 쪽박의 위험 사이에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에 따라 시장 변동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은 부동자금으로 이리저리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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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대, 특히 젊은 세대에겐 은행에 한푼 두푼 저축해 목돈을 만든다는 생각은 고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주식, 부동산, 코인 투자로 대박을 치는 모습을 보면 은행 등 기존 금융상품의 수익률은 우스워 보인다. 물론 저금리 시대에는 다양한 상품에 투자를 해야 쥐꼬리 수익을 벗어날 수 있고, 특히 적립금의 80% 이상이 정기예금 등에 쏠려 있는 퇴직연금은 좀 더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다만 은행 예금의 퇴조 현상이 인생은 ‘뚜벅뚜벅’이 아니라 역시 ‘한 방’이라는 생각을 굳히게 하진 않을지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