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바람-바닷바람 맞받아치는 환경… 큰구슬붕이 등 다양한 식물 서식 바위에 빗물 고여 만들어진 ‘금샘’… 국립공원 지정 후 일반인 공개 예정 범어사 삼층석탑 등 문화재도 풍부 시 “탐방로 안전하게 재정비할 것”
부산 금정구 금정산에서 등산객이 샘물터 ‘금샘’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부산=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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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국립공원 지정 앞둬
세종실록지리지에 따르면 아주 먼 옛날 금빛 나는 물고기가 범천(梵天)이라 불리는 하늘에서 오색구름을 타고 한 산마루의 우물에 내려 앉았다. 둘레가 10여 자, 깊이는 7치가량 되는 이 우물은 날이 가물어도 마르지 않고 물빛이 황금과 같았다. ‘금샘’을 품은 산에는 ‘금정(金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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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설화를 배경으로 둔 부산 금정산이 24번째 국립공원 지정을 앞두고 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 부산시 등은 올 상반기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금정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24개 국립공원 중 문화자원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이 된다. ‘도심 속 산’으로 불리는 북한산국립공원처럼 도심과 가까워 탐방객도 많다. 봄 등산철을 맞아 금정산을 찾았다.
● 도심서 가깝고 다양한 식물 서식
“항구도시 부산은 바다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지명에는 ‘뫼 산(山)’이 들어가 있을 정도로 지형은 산지에 가까워요.”
금정산에서 만난 옥창민 부산시 공원도시과 낙동강미래기획단장은 이렇게 말했다. 금정산은 마치 아파트와 상가를 주변에 합성한 것처럼 도시와 가깝다. 주민이 쉽게 드나들 수 있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탐방로가 다른 산보다 많다. 고영식 국립공원공단 기획예산처 과장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주요 탐방로를 재정비해 더욱 안전하게 탐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탐방로 주변에선 야생화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옅은 안개가 내린 금정산은 신록이 막 올라오기 시작했고 풀과 나무의 싱그러운 어린잎 향이 주위에 퍼졌다. 숲 해설가 강석인 씨는 “이 꽃은 큰구슬붕이라는 두해살이 풀”이라며 “금정산은 산바람이 바닷바람을 맞받아치는 독특한 환경이라 다양한 식물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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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샘은 올해 1월부터 일반인 출입이 금지돼 국립공원 지정 이후 다시 공개될 예정이다. 이날은 취재를 위해 일시적으로 출입 허가를 받았다.
● 국립공원 지정 땐 문화자원 가장 많아
부산 금정구 범어사 대웅전 앞에 있는 범어사 삼층석탑. 신라 말기 화강석제 석탑으로 1963년 1월 보물 250호로 지정됐다. 부산=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금정산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면적은 69.845km2로 북한산국립공원(79.9km2)과 비슷한 수준이다. 부산에 54.922km2, 양산 등 경남에 14.923km2가 걸쳐져 있다. 연간 방문객은 310만 명 정도다. 2024년 기준 방문객이 가장 많았던 국립공원은 북한산국립공원으로 670만 명이 찾고 이어 경주국립공원(386만 명), 지리산국립공원(376만 명), 한려해상국립공원(269만 명) 등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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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