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27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수도권·강원·제주 합동연설회에서 21대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후보 수락 연설 전 양손을 들고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고양=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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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27일 89.77%의 최종 득표율로 민주당의 21대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2022년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로 패했지만 3년 만에 당의 공식 후보로 두 번째 대선 도전에 나서게 된 것이다. 이 후보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불평등과 절망, 갈등과 대결로 얼룩진 구시대의 문을 닫고, 국민 대통합으로 희망과 사랑이 넘치는 국민행복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또 “더 낮은 자세로 대통령의 제1과제인 국민통합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경선은 김동연 경기지사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각각 6%대와 3%대 득표에 그쳤을 만큼 이 후보의 유례 없는 압승으로 끝났다. 사실상 이 후보가 ‘2등 없는 1등’을 차지한 것이나 다름없다. 민주당 지지층과 당원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치러지는 조기 대선 국면에서 정권교체를 이룰 확실한 카드로 이 후보를 선택하고 전폭적 지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압도적 정권 탈환을 통해 내란과 퇴행의 구시대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이 후보가 170석 거대 정당의 공식 지원을 등에 업고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게 된 만큼 한층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고 볼 수 있지만 그의 대선가도엔 넘어야 할 산들도 많다. 우선 이 후보의 대선 승리는 입법 권력에 이어 행정 권력, 사법 권력까지 장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당이 원하면 대통령 거부권 없이 무엇이든 법률로 만들어 시행할 수 있게 된다. 이 후보가 이를 의식한 듯 수락 연설에서 ‘통합’이라는 단어를 14번 사용하고 “공존과 소통의 가치” “대화와 타협의 문화” 등을 강조했지만 일방 독주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국정 운영 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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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이제 국정 최고 지도자의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총체적인 국민 검증을 받아야 할 시간이다. 높은 정권교체 여론과 이 후보의 압도적 지지율이 ‘당심 90%’라는 경선 결과로 이어졌지만, 반대파와 소수파의 목소리가 묻힐 경우 이 후보에겐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문에서 민주당을 향해 관용과 자제, 대화와 타협을 주문한 것도 거듭 되새길 필요가 있다. 큰 권력을 쥐었을 때 절제할 줄 아는 정치인이란 점을 보여줘야 한다. 말과 행동, 공약에서 믿음이 확인돼야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