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 ‘트라우마 치유 주간’ 맞아 치료 전문가 훈련현장을 가다 김 요시하루 日 국립 정신·신경의료연구센터 명예 센터장 인터뷰 주페루 日대사관 인질사건부터… 29년간 트라우마 치료 이어와 사회적 시선 바뀔 때 PTSD 예방… 학교-직장 등 인식 개선 교육 필요
“트라우마 경험은 감기처럼 흔합니다.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다만 잘 이해해 적절한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태일 뿐입니다.”
일본 트라우마 치료 권위자인 김 요시하루(金吉晴) 일본 국립 정신·신경의료연구센터 명예 센터장(사진)은 17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그는 1996년 주페루 일본대사관 인질 사건 당시 일본 정부가 현장에 파견한 정신건강 대응팀 중 한 명이었다. 이때 피해자들을 만난 경험을 계기로 트라우마 치료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진, 쓰나미 등 대형 재난이 잦은 일본은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이 많다. 김 명예 센터장은 “집단 정체성이 강한 일본 사회에서 재난 피해자는 ‘우리가 함께 이겨내고 있다’는 태도를 유지하려 한다. 약한 사람으로 비칠까 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쉽게 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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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그는 트라우마가 약점이 되지 않게끔 사회의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고 꾸준히 강조해 왔다. 그는 ‘트라우마 이해 기반 케어(Trauma Informed Care·TIC)’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일본, 미국 등에서는 널리 알려졌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낯선 개념이다. TIC는 ‘누구나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는 일종의 사회적 원칙이다. 학교, 직장, 공공기관 등에서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에게 안전한 환경과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원 모두가 교육받자는 것이다.
그는 “회사에서 누군가 업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게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특정 트라우마 때문일 수도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특히 아동기에 경험한 트라우마는 성인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초등학교 교사처럼 아이들을 가까이에서 보는 이들이 TIC 개념을 익히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명예 센터장은 ‘사회적 지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발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과거 정신질환 병력도, 경제 수준도 아니라 ‘사회적 지지 부족’이라는 연구가 있다”며 “집이나 일자리를 잃고 가족 관계에도 어려움이 생긴 피해자를 사회 전체가 지지해야 PTSD 진단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 사회에 이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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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