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하는 일이기 때문에 누군가의 말과 행동에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느끼기도 하지만, 또 당연히 서운하거나 크게 상처를 받는 경우도 생긴다. 보통은 꾸지람을 듣거나 지적당할 때 마음이 상한다. 야단치는 말투가 지나치게 거칠고 무서울 때나 많은 사람 앞에서 창피를 당할 때, 차별 대우를 받을 때, 내가 하지 않은 잘못으로 억울하게 혼날 때 등이다. 나 역시 7년 동안 도배를 해오면서 사람들 앞에서 얼굴이 달아오를 정도로 창피를 당한 적도 있고 한참 주눅이 들 정도로 혼나 보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다. 아무도 혼내거나 지적하지 않는 것이 가장 두려운 일이라는 사실이다. 어느 정도 기술을 배운 상태에서는 내가 속한 팀이 아닌 이상 잘못된 작업 방식이나 습관에 대해 잘 이야기해 주지 않는다. 좀 더 나은 작업 방식이나 기술을 가르쳐주기 싫어서라기보다는 ‘내 사람’이 아닌 사람에게 번거롭게 쓴소리까지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굳이 잔소리를 하고 혼을 내는 대신에 다음부터 함께 일하지 않으면 그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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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배 연차나 경력이 쌓일수록 내게 무언가를 알려주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처럼, 나이가 들수록 싫은 소리 하는 사람도 줄어든다는 것을 느낀다. 가까운 사람들 역시 나의 성향을 이해하고 배려할 뿐 나를 고치거나 바로잡으려 하지 않는다. 다 큰 성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 스스로 느끼기에 나는 아직 다 크지 않았다. 나이로는 성인이지만 완전한 어른인 것 같지도 않다. 여전히 더 배우고 고치고 성장해야 한다.
아무도 나를 혼내지 않으면 당장은 편하다. 하지만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내게 바른말, 쓴소리를 해주고 때로는 호되게 야단치는 사람도 있었으면 좋겠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은 것처럼 당장은 듣기 싫고 기분 상하는 말이 결국에는 나를 움직이고 발전시킨다는 것을 안다. 나는 아직은 혼나는 어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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