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미학/최태화 지음/288쪽·1만8000원·책과함께
국립군산대 일어일문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 감각을 일본 전통 미학인 ‘이키(粋·세련되고 절제된 멋)’로 설명한다. ‘이키’는 에도 시대(1603∼1868) 도시 서민, 특히 상공업자 계층이 만들어낸 미의식이다. 화려하되 가볍지 않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지만 여운을 남긴다.
‘이키’는 유곽과 가부키(歌舞伎) 극장에서 피어났다. 유곽은 진짜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아닌 사랑이 오가는 공간, 가부키는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연기가 펼쳐지는 무대였다. 이 비일상의 공간에서 감정과 욕망, 아름다움이 뒤섞였고 그 속에서 ‘이키’는 삶의 태도이자 도시인의 감각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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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최근 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국가 브랜드 전략인 ‘쿨저팬’을 내세워 전통과 첨단을 잇는 브랜딩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모던 이키즘’이라는 새로운 흐름이 탄생하고 있다.
일본 문화 전문가인 저자는 문학과 영화, 패션, 광고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이키’라는 감각의 흐름을 촘촘하게 짚어낸다. 일본이 오래된 미의식을 되살려 정체성을 재정비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에 이르게 된다. 한국은 한류의 다음 단계를 어떤 감각으로 이어갈 것인가. 단순히 ‘잘 만든 콘텐츠’를 넘어, 그 안을 채울 우리만의 미학과 정서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