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 美전역서 집회 열며 존재감… 한달새 집회 참가자 9배로 불어나 음악 축제 ‘코첼라’에도 깜짝 등장 “트럼프 재집권후 양극화 심화” 호소 19일엔 시민 주도 ‘反트럼프’ 집회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12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리스에서 열린 ‘과두정치 저지’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샌더스 의원 측은 이날 집회에 군중 3만6000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광고 로드중
“미국의 경제, 사회, 인종 정의를 위해 싸워라. 미래를 외면하지 마라.”
‘미국의 진보 거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84·무소속·버몬트)이 12일 캘리포니아주 인디오에서 열린 유명 음악 축제 ‘코첼라’에 깜짝 등장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후 양극화와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심화했다며 축제에 참여한 젊은층을 향해 “싸우라”고 외쳤다.
1999년 시작된 코첼라에는 매년 전 세계에서 최소 20만 명이 모인다. 블랙핑크 등 한국 가수도 무대에 섰다. 이날 샌더스 의원이 예고 없이 등장하자 수많은 참석자가 열광했다. 마치 유명 연예인을 만난 듯 노(老)정객에게 카메라 세례를 퍼부었다고 연예매체 할리우드리포터 등이 전했다.
광고 로드중
● ‘버니첼라’에 美 젊은층 열광
샌더스 의원은 이날 코첼라 참석자들을 향해 “미국이 매우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외면하거나 무시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당신에게 위험할 것”이라며 투쟁을 호소했다.
그는 ‘기후 변화는 사기’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거론하며 “위험할 정도로 틀린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 경제는 (트럼프 같은) 억만장자에겐 아주 잘 작동하지만 노동자 가족에게는 그렇지 않다. 상위 1%가 아닌, 모두를 위한 경제를 만들기 위해 당신들의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샌더스 의원은 이날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과두정치 저지’ 집회에도 등장했다. ‘샌더스 후계자’로 불리며 젊은 비(非)백인 유권자에게 인기가 높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36)과 등장한 그는 이곳에서도 “소수 억만장자가 미국 경제와 정치를 장악했다. 지금 외면하면 여러분 책임”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집권 공화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뜻에만 복종하는 ‘개인 숭배주의’로 치닫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집회에는 3만6000명이 모였다. 지난달 7일 위스콘신주 커노샤 집회 때는 4000여 명이 참석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각종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이 몰리면서 갈수록 참가자가 불어나고 있다. 이날 무대에 등장한 가수 매기 로저스는 그의 이름 ‘버니’와 ‘코첼라’를 더해 참석자들에게 “버니첼라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광고 로드중
● ‘사회주의자’ 샌더스 vs ‘부동산 재벌’ 트럼프
민권 운동이 활발했던 1960년대 시카고대를 다닌 샌더스 의원은 학창 시절부터 양극화 해소, 인종 및 성차별 반대 등을 외쳤다. 1981∼1989년 미국 50개 주 중 와이오밍주에 이어 두 번째로 인구가 적은 버몬트주의 최대 도시 벌링턴 시장을 지내며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며 4선 상원의원인 지금도 기성 정당에 소속되는 것을 거부한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가 벌어졌을 때 거대 자본을 강하게 비판하며 전국적 인지도를 얻었다. 2016,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도 참여했다.
광고 로드중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