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산선 공사 도중 도로가 붕괴된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 현장에서 일요일인 13일 오후 크레인이 매몰자 수색 작업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강풍으로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1일 발생한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 붕괴사고로 매몰됐던 굴착기 기사 김모 씨(28)가 12일 오전 4시 27분경 구조됐다. 지하 30m 지점에 고립된지 13시간 만이다. 김 씨를 구조한 조병주 경기도 특수대응단 소방위(45)는 동아일보에 “내 가족이 땅이 묻혔다는 절박함으로 목숨 걸고 김 씨를 구하려 했다”고 말했다.
경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11일 오후 3시 13분경 지반이 붕괴된 뒤 오후 5시 16분경 김 씨가 “살려달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주변 소음과 광범위한 붕괴 면적 탓에 소방대원들은 김 씨의 위치를 특정하기 어려웠다. 흙 등 토사물도 계속 쏟아지며 안전을 위협했다.
소방대원들은 김 씨의 소리와 행방에 집중했고 고립된 위치를 확인하는데 성공했다. 김 씨는 발견 초기 구조대와 전화 통화가 가능할 정도로 의식이 명확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지친 탓에 몸 상태가 급속히 악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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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공사장 붕괴 현장에서 사고 사흘 째인 13일 오전 소방관들과 경찰 자율소방대 등이 구조작업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내 소방대원들의 눈에 구조물 틈새로 김 씨가 쓴 하얀색 헬멧이 보였다. 대원들이 발견했을 당시 김 씨는 쪼그린 자세로 하체가 흙더미에 파묻혀 있었다. 김 씨의 복부 등을 짓누른 철골 구조물을 갑자기 들어올리면 쇼크가 올 위험이 있어 천천히 구조물을 제거했다. 조 소방위는 “당시 김 씨가 탈수 증상을 보였지만 의식은 있었다”며 “의식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해 ‘몇살이냐, 어디 사느냐, 여자친구가 있느냐’ 등의 일상적인 대화를 계속했다”고 말했다.
12일 오전 4시27분 경기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5-2공구 붕괴 현장에 고립됐던 작업자를 소방관이 구조하고 있다. (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2025.4.12. [광명=뉴시스]
경기소방재난본부는 추가 붕괴 우려로 잠시 중단했던 포스코이앤씨 소속 50대 근로자 수색 작업도 13일 오후 2시 10분 재개했다. 소방관계자는 “구조 작업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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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