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필수의료진 부족 심화 60세 이상 많아 은퇴땐 의료공백 의정 갈등으로 올해 합격자 더 줄어 “권역내 효율적 이송체계 구축 시급”
강원 고성군에 거주하는 서모 씨(63)는 4년 전 심장 관상동맥 수술을 받았다. 통증이 재발하면 큰 병원에 가야 하는데, 응급수술이 가능한 강릉 아산병원까지는 차로 1시간 이상 걸린다. 서 씨는 “집에서 그나마 가까운 속초시에는 심장을 보는 의사가 없다고 한다. 다시 아프면 100km 떨어진 병원까지 가야 하니 늘 불안하다”고 말했다.
심뇌혈관 전문의가 대도시에 편중되고, 의사가 부족한 지역은 고령화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정 갈등 영향으로 올해 전문의 시험 합격자가 예년의 5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지방 필수 의료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 “농어촌에 심장 고칠 의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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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지역은 심혈관 전문의가 적을 뿐 아니라 의사가 60세 이상 고령인 지역이 많았다. 충남과 경북 농어촌 지역은 심혈관 전문의가 7명 있는데, 이 중 4명이 60세 이상이었다. 의사가 고령이다 보니, 이들이 조만간 은퇴하면 의료 공백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강원 지역의 한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노인이 많은 농어촌일수록 의사가 없어 멀리 외래진료를 다니거나, 응급환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신경외과, 신경과에서 다루는 뇌혈관 질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의성군 청송군 등 경북 13개 군 지역은 뇌혈관 전문의가 총 4명에 불과했다. 강원 동해시 태백시 속초시는 전문의가 총 14명인데, 이 중 9명(64.2%)이 60세 이상이었다. 인구 10만 명당 전문의 수도 경북 농어촌 0.8명, 강원 농어촌 2.5명 등으로 서울(12.8명) 및 전국 평균(9.4명)에 크게 못 미쳤다.
● 흉부외과 신규 전문의 30명→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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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의정 갈등 영향으로 올해 배출된 전문의(509명)는 예년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신경외과와 심장혈관흉부외과 신규 전문의는 지난해 각각 93명과 30명에서 올해 14명, 6명으로 급감했다. 현재 수련병원에 남은 심장혈관흉부외과 레지던트는 4년 차 1명, 3년 차 2명에 불과하다. 정의석 강북삼성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전문의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라 사각지대까지 심혈관 전문의를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 환자가 권역 내 의료기관에서 제때 치료받도록 효율적인 이송 체계를 갖추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