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산불 뒤 다가온 성묘 시즌 묘 주변 작은 불씨도 큰 화재 위험 쓰레기 태우는 대신 갖고 하산을 예초기 불티 대비 소형 소화기 준비
산불 구호물품 현지로 출발 2일 광주 북구청 광장에서 구청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산불 피해를 당한 영남 지역 주민들을 돕기 위해 생수, 빵, 라면, 담요 등의 구호물품을 차량에 싣고 있다. 구호물품은 경북 청송과 영덕 지역 이재민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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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묘 대목’인 4일 청명(淸明)과 5일 한식(寒食)을 앞두고 다시 산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경북 의성에서 시작돼 영양, 영덕, 안동까지 번진 산불의 시작은 한 성묘객의 실화였다. 이 같은 재난을 막기 위해 소방 전문가들은 성묘 자리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등의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례문화 전문가들은 화재 위험이 큰 ‘향 피우기’ 등을 안 해도 고인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조언했다.
● 봄철 묘 주변 작은 불씨도 위험, 아예 말아야
봄철엔 건조한 기상 상태로 식물이 말라 있고 강한 바람까지 불어 화재 위험이 가장 크다. 우리나라는 유독 이 시기에 전통적으로 성묘를 지내 왔다. 날씨가 좋아 겨울 동안 미뤄 왔던 묘 관리를 하는 청명은 4일이다. 산소에 음식을 가져가 제사를 지내는 대표적 성묘일인 한식은 5일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5년∼지난해) 연평균 산불 발생 546건 중 절반이 넘는 303건이 3∼5월에 발생했다. 원인은 입산자 실화가 171건(31%), 쓰레기 소각 68건(13%) 순이었다. 이 중 상당수가 성묘 도중에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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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우리나라 유서 깊은 가문들은 산불 위험을 고려해 불을 쓰는 절차를 생략하고 있다. 광산김씨대종회는 산에서 성묘 시 향 피우기를 생략하고 있고, 안동김씨대종회도 ‘축문’(조상에게 정성을 표현하는 글)을 태우는 절차를 수년 전부터 중단했다. 축문을 태우는 일은 ‘신성한 내용을 함부로 다루지 않고 깨끗이 처리한다’는 의미인데, 불붙은 종이를 허공에 날려 보내기 때문에 산불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박일도 한국장례협회장은 “차례 절차를 간소화하더라도 고인에 대한 마음을 전하는 데엔 문제가 없다”고 했다.
● 성묘 갈 때 라이터는 빼고 소화기 챙겨야
전문가들은 성묘 후 쓰레기를 태우는 행동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의성 산불도 성묘객이 라이터로 묘지를 정리하다 불을 냈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성묘 후 남은 음식물 등 생활 쓰레기를 그 자리에서 태우는 경우가 많다”며 “쓰레기는 그대로 봉투에 담아 하산해야 한다”고 했다. 이정선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도 “성묘객들이 기초 질서를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담배꽁초를 버리는 등 화재 여지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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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o0@donga.com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