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택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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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등 주요 공직자들에 대한 탄핵이 가능하다는 조항은 1948년 헌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제헌 헌법의 기틀을 잡은 유진오 박사는 해설서에서 탄핵의 조건에 대해 “형사 범죄의 경우에 한하지 않음은 물론이며, 대통령이 공포해야 할 법률을 공포하지 않았다든가… 하는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하는 사유가 있을 때”라고 썼다. 탄핵의 범위를 상당히 넓게 상정하고 탄핵 제도를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 헌법재판소가 선고한 12건의 탄핵 사건 중 인용은 1건뿐이고 10건은 기각, 1건은 각하됐다. 헌법이나 법률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기각한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이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에서 헌재가 제시한 “모든 법 위반이 아니라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이 있어야 한다는 기준에 따른 것이다. 헌법에는 적시되지 않은 위헌·위법의 ‘중대성’이 실제론 파면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요건이라는 얘기다.
“파면 효과 압도할 법 위반” 여부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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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중대성’이 넘지 못할 높은 벽은 아니라는 게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결과였다. 당시 헌재에선 훗날 형사 재판에서 중형이 확정된 뇌물수수, 직권남용 등은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기업들에 미르재단 등에 출연하도록 요구했고(기업 경영의 자유 등 침해), 최순실 씨의 국정 개입을 허용했으며(공익실현 의무 등 위배), 진상 규명 협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헌법 수호 의지 불분명)는 이유로 대통령을 파면했다.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도 같은 기준에서, 박 전 대통령에 버금가거나 무거운 ‘국민 신임 배신’이나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행위’가 있었는지가 준거점이 될 것이다. 먼저 헌법과 계엄법상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상황에서 계엄을 선포했는지에 관해선 법조계에서 부정적 의견이 많다. 계엄 선포 전 필수 절차인 국무회의에 대해서도 참석자 대부분이 ‘하자가 있었다’고 했다.
朴 탄핵 인용 기준이 尹 선고의 준거점
계엄 실행 과정에서는 헌법이 보장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권 행사를 막기 위해 국회에 군을 투입하고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했는지가 관건이다. 윤 대통령은 적극 부인했고 일부 군 사령관들은 헌재에선 침묵했지만,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한 일선 군경 간부들이 여럿 있다. 법조인들은 진술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은 증언을 하면 신빙성을 높게 평가한다. 정치 활동 전면 금지 등이 담긴 포고령의 위헌성도 간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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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