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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정과 독재 연구의 대가인 미국 예일대 석학 3명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학 정책에 반발해 이민 길에 오른다. 새로 둥지를 틀 곳은 트럼프가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무시하는 캐나다의 명문 토론토대다. 이런 선택을 한 티머시 스나이더는 ‘폭정’(2017년) ‘가짜 민주주의가 온다’(2019년) 등 저서로 국내에도 꽤 알려진 역사학자다. 그는 트럼프를 아돌프 히틀러에 빗대 민주주의의 중대한 위협이라고 경고해 왔다. 예일대 동료인 그의 부인, 유명 철학자 제이슨 스탠리도 함께 떠난다. 스탠리는 “독재로 기울지 않는 나라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고 했다.
▷이들이 ‘학문적 망명’을 결심한 건 미 유수의 대학들이 트럼프의 압박에 학문의 자유를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컬럼비아대가 교내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허용한 것을 문제 삼아 반(反)유대주의를 부추긴다며 4억 달러(약 5900억 원)의 연방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결국 대학 측은 집회 중 마스크 금지, 시위 학생 징계 등 방안을 내놓으며 항복했다. 하버드대, 펜실베이니아대 등도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관련 정책을 없애지 않으면 연방 예산을 끊겠다는 트럼프의 겁박에 비상이 걸렸다.
▷미 연구자들의 엑소더스(대탈출) 조짐은 학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최근 네이처지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5%가 ‘미국을 떠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예산 절감을 명분으로 연구비를 대폭 삭감한 충격이 크다고 한다. 많은 연구 프로젝트가 중단 위기에 처했고, 적대적 이민 정책까지 겹쳐 연구실을 지탱해온 해외 인재들을 데려오기도 깐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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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대학들은 지금이 미국 인재들을 데려올 기회라고 보고 있다. 토론토대뿐 아니라 영국 케임브리지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등이 이들에게 자유로운 연구를 보장하겠다며 손짓하고 있다. 중국도 미국이 뒤로 빠진 틈을 타 개도국 인재들에게 두둑한 장학금을 내걸었다. 트럼프가 일부 열성 지지층만 바라보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는 사이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만든 인재들은 하나둘 떠나고 있다.
신광영 논설위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