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패션업계에 제품 재출시 확산 전통·복고 재해석한 ‘힙 트래디션’ 기업 헤리티지 알리는 데도 효과적 다양한 세대에 어필 가능한 장점
최근 브랜드를 대표하는 과거 제품을 다시 내놓거나 리뉴얼한 제품을 출시해 기업의 역사와 전통을 강조하는 헤리티지 마케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농심은 창립 60주년을 맞아 1975년 출시했던 ‘농심라면’을 재출시했다. 농심라면은 헤리티지를 강조하기 위해 50년 전 제일기획이 제작한 광고(위쪽 사진) 영상을 그대로 살렸다. 제일기획·농심 제공
농심은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1975년 출시한 ‘농심라면’을 단종 35년 만에 재출시했다. 농심라면은 사명이 들어갔을 만큼 농심에 의미 있는 제품이지만, 1986년 출시된 신라면에 밀려 1990년 단종된 바 있다. 올해 새롭게 출시된 농심라면은 1975년 출시 당시의 레시피와 당시 패키지 디자인을 반영해 브랜드의 오랜 역사를 강조했다.
이 외에도 농심은 60주년을 기념해 ‘새우탕면’을 20년 만에, ‘크레오파트라 포테토칲’을 35년 만에 재출시했다. 농심 관계자는 “시장에서 좋은 반응이 이어지면 생산을 지속할 계획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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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들은 재출시 제품 광고 시 예전 광고를 활용하기도 한다. 재출시된 농심라면 광고를 기획한 제일기획은 50년 전 제일기획이 만들었던 흑백 광고 영상을 그대로 사용했다. 기존 농심라면 광고가 가진 레트로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성우 목소리 톤이나 서체도 1970년대 분위기에 맞췄다. 낡은 비디오를 넣으면 흑백 광고가 재생되는데, 당시 광고 모델이던 코미디언 고 구봉서, 곽규석 씨가 등장해 ‘형님 먼저, 아우 먼저’를 외치며 라면을 권하는 광고가 그대로 나온다.
업체들의 재출시 열풍에는 전통과 복고 문화를 재해석한 트렌드를 즐기는 ‘힙 트래디션’ 트렌드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힙 트래디션 트렌드는 소비자에게 소구력이 있으면서도 기업의 헤리티지를 은연중에 강조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점도 재출시 제품의 장점이다. 과거 제품이 처음 출시됐을 때의 소비층이던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을, 재출시 제품을 처음 접한 젊은 세대에게는 ‘과거 유행했던 브랜드’라는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3∼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68.3%는 “옛날 포장 그대로인 제품을 사보고 싶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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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는 재출시 제품에 대한 인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존 제품의 재해석이 여전히 트렌드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72.7%는 ‘전통문화를 힙하게 재해석하는 제품과 콘텐츠가 많아지면 좋겠다’고 답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재출시는 ‘힙함’을 챙길 수도 있고 수요량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며 “과거 이런저런 사정으로 단종됐던 제품 중 현재 인기를 끌 제품이 있다면 재출시를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