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무-바람 약해져 진화 속도 올려 경북 5곳 주민들 6일만에 안도 잔불 완전 진화까진 5, 6일 걸려 산청 산불엔 미군헬기 투입 총력
마을 전체가 폐허로 28일 경북 안동시 임하면의 한 마을 전체가 산불에 타 폐허가 된 모습. 이 마을 주민인 80대 부부는 자택에 옮겨붙은 불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안동=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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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당국은 27일 밤부터 살짝 내린 ‘봄비’가 역대급 산불을 잡아내는 원동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얕은 보슬비였지만 산불의 확산을 막고, 진화 헬기를 방해하던 연무까지 걷어내면서 ‘골든타임’을 부여한 것이다.
이번 산불로 축구장 6만3245개 면적인 4만5157ha(산불영향구역)가 불에 탔고, 경남 산청 등의 산불까지 포함하면 주민 등 27명과 헬기 조종사 1명 등 28명이 사망했다. 산림 당국은 긴장을 놓지 않고 잔불 정리 및 뒷불 감시 체제로 전환해 완진한다는 방침이다.
● 얕게 내린 봄비가 ‘골든타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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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등에 따르면 27일과 28일 새벽 의성 등 산불이 확산하던 5개 시군에 1∼3mm의 비가 내렸다. 산불을 완전히 제압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비로 인해 습도가 높아지면서 빠르게 확장하던 산불이 진정세를 보였다. 화력이 약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비와 낮아진 기온은 헬기를 막던 연무를 걷어내며 조종사의 시야 확보에도 도움을 줬다.
골든타임이 오자 전날 63%에 머물던 5개 시군의 진화율은 28일 오전 85%까지 급증했고, 오후 5시 산림청은 주불 진화를 선언했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산불 발생 7일 차인데 진화 헬기 투입이 원활하게 된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며 “(비로 인해) 기상 여건도 좋았고, 지상 인력 진화도 수월해져 진화율도 빠르게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진화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하지만 불이 꺼져도 돌아갈 집이 없다는 생각에 이내 망연자실했다. 대피소에서 만난 신두리 씨(90)는 “한동안 멍해 있었는데 요근래 가장 반가운 소식”이라면서도 “6·25 때도 그대로 있었던 집이 불에 타버렸다. 앞으로 어떻게 사나”라며 다시 울먹였다. 집과 염소를 잃은 송선구 씨(71)는 “불이 꺼졌으니 큰 산은 하나 넘었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걱정 시작이다”고 말했다. 경북경찰청은 실화자로 지목된 50대 남성을 입건해 조사할 계획이다. 이 남성은 괴산리 발화 지점에서 성묘하던 중 산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 산청 산불은 아직도… “진화-확산 반복”
전문가들은 “아직 모든 상황이 끝난 건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잔불 정리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산불이 완전히 진화되려면 짧게는 2∼3일, 길게는 5∼6일이 걸린다. 주불이 진화됐더라도 돌풍이 불면 잔불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국은 잔불 관리를 위해 산림청 진화 헬기와 지자체 임차 헬기 등 2∼5대가량을 시군별로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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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 당국은 헬기 43대를 지리산국립공원 구역에 집중 투입해 진화 작업을 한 데 이어 야간에는 특수진화대 등 1030여 명을 투입해 야간 진화에 나섰다. 주한미군 CH-47(치누크) 헬기 1대와 블랙호크 3대가 이날 투입됐다. 임 청장은 “지리산 입구 지역의 경사가 가파르고 인력이 접근하기 어려워 돌풍에 따라서 확산과 진화가 반복적으로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성=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산청=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영덕=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