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3.27/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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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많이 마시는 바람에 목이 아프고 기침이 계속 나요. 산불이 꺼져도 한동안 고통이 계속 될거 같아요.”
28일 오후 경북 영양군 군민회관의 산불 이재민 대피소. KF94(보건용) 마스크를 쓴 김무한 씨(69)는 가슴을 부여잡고 통증을 호소했다. 석보면 요원리에 사는 김 씨 부부는 이날 집으로 돌아가려다 자욱한 연기와 탄내 탓에 대피소로 돌아왔다. 주불이 진화됐단 소식을 들은 후 김 씨 부부는 “이젠 병원에 가려고 한다”고 했다.
21일부터 이어진 역대급 산불로 경북 전역에 퍼진 ‘산불발(發) 연기’로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이 급증했다. 8일 만에 주불이 꺼졌지만, 연기와 미세먼지가 여전하고 장시간 연기를 맡은 주민들이 상당한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의료 지원 등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산불에 담긴 초미세먼지, WHO 기준 3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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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경북 지역 일대는 산불 연기로 가득차면서 연일 미세먼지 농도가 급증했다. 연기 속에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초미세먼지(PM 2.5)도 대량으로 포함돼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발간한 ‘산불 제대로 알기’ 등의 자료에 따르면 연기에 담긴 초미세먼지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인 연평균 ㎥당 5㎍(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 1일 평균 ㎥당 15㎍)의 32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불 연기에는 발암성 물질로 천식을 유발하는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등도 들어있다. 산림 당국 관계자는 “산불 연기 속 유해물질에 노출돼 질식하는 사례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노약자나 어린이에게 치명적이므로 노출을 최소화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부 지역에 27일 밤부터 단비가 내렸지만 공기 질은 여전히 좋지 않은 상태다. 28일 오후 한때 영덕, 영양, 청송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40~53㎍으로 나타나는 등 연일 ‘나쁨’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산림당국이 경북 산불의 주불 진화를 선언했던 오후 5시경에도 청송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45㎍으로 ‘나쁨’ 상태였다. 이날 안동과 청송 지역의 초미세먼지 최고 농도는 ㎥ 500㎍을 웃돌기도 했다.
● 먼 마을까지 확산된 연기… “마스크 꼭 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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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 산불이 엿새째 이어지고 있는 27일 오전 경북 안동시내가 산불 연기로 뿌연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5.3.27/뉴스1
산불로 인한 극초미세먼지(PM 1.0)는 주거 지역에 더 오래 머무르며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국립산림과학원이 2022년 3월 강원 강릉시 옥계면 산불 발생 후 강릉 시내의 대기오염 물질 이동 양상을 분석한 결과 극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35.7㎍으로 산불 발생 직전보다 50% 높았으며 ㎥당 최대 234.5㎍까지 측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산불이 꺼졌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유해 물질이 지속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만큼 KF94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큰불이 잡혔더라도 외출 시 KF94 방역 마스크를 써야 안전하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이재민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적극 권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기석 전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연기를 들이마셨을 경우 물을 자주 섭취하고 검은 가래를 뱉어내는 등 먼지가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심한 기침 등의 증상이 있다면 병원에서 기침을 멎게 하는 진해제나 가래를 제거하는 거담제 등을 처방받아야 한다”고 했다.
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영덕=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