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2심 무죄] 사법리스크 덜고 대선 보폭 넓혀 2020년 대법 무죄 이어 구사일생… 민주당 ‘李 일극체제’ 더 강해질듯 ‘트럼프 친분’ 알래스카 주지사 면담… 이재민엔 “세금 냈으니 지원 당연”
‘주먹 불끈’ 기뻐하는 野의원 26일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 공판이 열린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휴대전화를 통해 선고 결과를 확인한 뒤 기뻐하고 있다. 박범계 의원(왼쪽에서 두 번째)이 이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속보 기사를 보고 주먹을 쥐고 웃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광고 로드중
“검찰과 이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서 썼던 역량을 산불 예방이나 국민 삶 개선에 썼다면 얼마나 좋았겠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6일 오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당연한 일을 이끌어내는 데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국가 역량이 소진돼 참으로 황당하다”며 윤석열 정부와 검찰을 향해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다. 사법 리스크를 덜어내면서 일극체제를 공고히 한 이 대표는 곧바로 산불이 발생한 자신의 고향 경북 안동시를 찾는 등 대선 행보를 재개했다.
● 李 또다시 법원서 구사일생… 당 일극체제 강화
광고 로드중
이 대표는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아킬레스건으로 꼽혀 온 사법 리스크의 중대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기도지사 시절인 2020년 10월 ‘친형 강제 입원’과 관련한 발언으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사건이 파기환송되면서 구사일생한 데 이어 이날 판결로 다시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이 대표는 이날 재판을 마치고 나와 재판부를 향해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서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데 감사드린다”고 했다.
민주당에서는 경쟁적으로 환영 입장을 냈다. 친명(친이재명)계 정청래 의원은 “신은 대한민국을 버리지 않았다”고 했고, 김승원 의원은 “다시 살아 돌아온 이 대표님”이라고 했다. 안호영 의원은 “윤석열 정권의 ‘이재명 죽이기’라는 집요한 정치탄압 작전이 법 앞에 무너졌다”고 했다. 비명계 고민정 의원도 “표적 수사와 정적 죽이기가 진실을 덮을 수 없다”고 했다.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았지만, 항소심에서 1심 유죄 판결이 모두 뒤집힌 만큼 이 대표의 피선거권 박탈형 선고 상황을 가정한 비명계의 ‘후보 교체론’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 李 트럼프 측근 면담 이어 산불 현장 방문
이 대표는 이날 법원의 판결 직후 자신의 고향인 안동시를 찾아 산불 피해 주민들을 위로하면서 민생 행보에 나섰다. 이 대표를 만난 한 여성 이재민은 “빨리 오셔야지 왜 이제야 왔나”라며 “지금 집이 다 탔다. 진짜 돌아갈 데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재민은 주거지원 등을 당부하며 “회장님(이 대표)은 다 할 수 있지 않나”라고 했다. 이 대표는 “너무 뻔뻔한 것 같아 미안하다”는 이재민에게 “평생 세금 내셨지 않나. 당당하게 요구해도 된다. 이 나라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이 대표는 이날 오전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인으로 평가되는 마이크 던리비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와 면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 한국 참여를 기정사실화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안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제 사법 리스크의 굴레를 벗은 만큼 중도 외연 확장 행보를 재개할 것”이라고 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