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농민회총연맹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트랙터 상경 시위가 25일 서울 서초구 남태령고개를 지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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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지하철 4호선 남태령역 2번 출구 인근 도로는 시위대와 경찰, 트랙터가 엉켜 아수라장이었다. 법원의 불허 결정에도 불구하고 상경 시위를 벌인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며 “트랙터 행진 보장하고 (경찰) 차 빼라. 투쟁!”이라고 외쳤다. 옆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트랙터 20여 대가 도로 위에 집결해 있었다. 전농은 법원이 트랙터의 서울 진입을 불허하자 트럭에 트랙터를 싣고 오는 방식으로 시위를 바꿨고 경찰은 이들과 대치했다. 20m 떨어진 곳에선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유튜버 등이 탄핵 반대 시위를 벌여 긴장이 고조됐다.
● 남태령에 트랙터 20대…시위대 1명 경찰 폭행
전농은 이날 남태령고개 일대 4개 차선 중 3개 차선을 점거하고 윤 대통령 파면 촉구 집회를 열었다. 전농의 ‘전봉준 투쟁단’은 원래 트랙터 20대, 1t 트럭 50대를 몰고 광화문으로 행진 시위를 하려 했지만 경찰과 법원은 이를 불허했다. 현장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400여 명의 시위대가 모여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하라’ 등 팻말을 들고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등 구호를 연호했다. 도로를 점거한 시위 탓에 극심한 교통 혼잡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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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농민회 소속회원들이 25일 트랙터 상경시위를 하려다 경찰에 제지당하자 남태령고개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현장에서 경찰은 트랙터를 실은 트럭의 서울 진입도 막았고, 전농은 “니들이 뭔데 막느냐”며 격앙했다. 전농의 집회 사회자는 “경찰은 (우리가) 진입을 못하게 하면서 집회를 방해해 탈법적인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원오 전농 의장도 “경찰은 반드시 트랙터가 광화문 집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길을 열기 바란다“며 “트랙터 70대 이상이 남태령고개 마루에 있다”고 했다. 이어 “바쁜 농사보다 더 바쁜 게 윤석열 파면”이라며 “정치 농사부터 바로 잡혀야 국민이 산다”고 덧붙였다.
서울 진입이 막힌 전농은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현수막 등을 단 트랙터 20대가 실린 트럭들을 길가에 세워두고 집회를 이어갔다. 남태령 방면 반대편 차로에도 트랙터 6대를 실은 트럭들이 세워져있었다. 트럭 행렬이 과천대로 3개 차로를 점거하며 교통 혼잡이 커지자 경찰은 1개 차로만 쓰도록 유도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이 물리적으로 충돌하기도 했다.
전농 집회 현장에서 불과 20m 떨어진 곳에서는 윤 대통령 지지자와 유튜버 등 50명이 모여 탄핵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트랙터의 서울 진입을 몸으로 막겠다며 ‘이재명 즉각 구속’ ‘중국 간첩 꺼져’ 등 손팻말을 들고 “탄핵 각하”를 연호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일부 유튜버들은 전농을 향해 “중공 간첩이냐” “민주당 해체하라”고 소리쳤다.
● 尹 선고 앞두고 집회 격화
전국농민회 소속회원들이 25일 트랙터 상경시위를 하려다 경찰에 제지당하자 남태령고개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양측의 대치가 고조되자 경찰 기동대는 물리적 충돌을 막는데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전농 측 집회 참가자가 경찰을 바닥에 넘어뜨리고 밀쳐 기동대 경찰이 눈 주변에 찰과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시위대 인파 속으로 도주한 남성의 신원을 특정할 계획이다. 이날 시위는 밤까지 지속됐다.
전농은 지난해 12월에도 윤 대통령 체포 등을 촉구하며 트랙터 30여 대를 이끌고 상경 집회를 벌여 경찰과 대치했다. 당시 전농 지도부와 일부 참가자들은 일반교통방해 등 혐의로 입건돼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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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