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노래하고 있는 ‘한국 포크의 전설’ 정태춘과 박은옥 씨 부부. 다음 달 12번째 정규앨범 ‘집중호우 사이’를 12년 만에 발매하며 전국 순회공연에 나선다.
“정말 ‘좋은 노래’를 만들고 싶다, 그 생각 하나였습니다.”(정태춘)
“정태춘 씨의 글에 멜로디가 입혀졌을 때 ‘이 사람은 참 (남들과) 다른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어요.”(박은옥)
●13년 만의 정규 12집
올해로 함께 활동한 지 45년이 된 ‘한국 포크의 전설’ 정태춘(71)과 박은옥 씨(68) 부부가 다음 달 12번째 정규앨범 ‘집중호우 사이’를 발매한다. 25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들을 만났다. 이번 앨범은 2012년 발매한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이후 13년 만의 정규 앨범이다. 수록곡 10곡 중 8곡을 정 씨가, 2곡을 박 씨가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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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나오는 책과 전시도 만나볼 수 있다. 새 앨범 수록곡 가사와 미발표 가사 20여 편을 실은 노래 시집 ‘집중호우 사이’와 2010년 초부터 정태춘이 작업해 온 붓글 작품과 산문을 함께 실은 책 ‘노래여, 노래여’와 각각 5, 6월에 발매된다. 6월 초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노래여, 노래여’라는 제목의 전시도 함께 열린다.
정태춘이 직접 쓴 붓글.
●서정적 ‘한국 포크’의 대명사
정 씨와 박 씨는 1978, 1979년 각각 ‘시인의 마을’과 ‘회상’으로 솔로 데뷔했다. 1980년 결혼한 후 음악적 동료이자 삶의 동반자로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 서정적이면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한국적 포크를 추구하며 ‘시인의 마을(1984)’ ‘사랑하는 이에게(1984)’ 등 주옥같은 노래를 남겼다. 소극장 순회 공연을 통해 노래로 참여하는 실천가의 면모를 보였고, 비합법 음반 ‘아, 대한민국(1990)’ 발표는 1996년 대중가요를 통제하던 사전심의제도 폐지로 이어졌다.
정 씨는 “새 노래를 내지 않으려 했는데, 노래가 내 안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2004년 그가 세상에 지쳐 절필한 후 깜짝 발매했던 2012년 11집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는 본래 일회성 음반이었다. 아내 박은옥을 위해 노래를 지어주기 위한 작품으로, 원래는 다시 새 노래를 낼 생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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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함에서 희망으로
앨범 수록곡들은 창작 공백기에 써뒀던 시와 단문들, 붓글의 텍스트 등을 기반으로 한다. 세상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시적 울림으로 담아내는 두 사람의 음악적 특질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해 질 녘 들판을 날아가는 기러기를 그려낸 ‘기러기’, 산길 끝 작은 간판을 묘사한 ‘도리 강변에서’는 어딘가 황량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참혹한 장마 후 햇살을 맞을 준비를 하는 어린 농게들을 그린 ‘집중호우 사이’, 세상에 눈물이 넘쳐도 저녁 숲으로 돌아오는 동백을 표현한 ‘폭설, 동백의 노래’ 등은 현실을 넘어선 희망을 노래한다. 간담회에 해설자로 참석한 오민석 단국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는 “밥 딜런이 음악인이면서 시인인 것과 마찬가지로 정태춘의 음악 역시 한국 대중가요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문학적 성취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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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