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 신청 이후 첫 주말 영업 오뚜기-삼양식품 등 납품 재개… 롯데칠성음료 “정상화 협의 중” 입점업체 “1월 정산금 아직 못받아”… 대금 문제는 여전히 해소 안돼 정산 주기 축소-선입금 요구도… 할인행사 끝나는 12일 이후 분수령
8일 서울 마포구 홈플러스 월드컵점 식품 코너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첫 주말인 이날 영업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홈플러스 직원들과 입점업체 점원 그리고 손님들까지 불안해하는 기색은 역력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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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6시경 서울 마포구 홈플러스 월드컵점은 장을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계산하기 위해 대기하는 고객 줄은 매대까지 이어졌다. 장을 보던 주부 이모 씨(60)는 “‘홈플런’ 할인 행사 때문에 평소보다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고 했다.
홈플러스가 4일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맞이한 첫 주말 매장의 분위기는 여느 때와 비슷했다.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할까 봐 6일 납품을 일시 중단했던 업체들이 하루 만에 납품을 재개하면서 빈 매대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뚜기, 롯데웰푸드, 삼양식품 등은 홈플러스에 납품을 재개했다. 롯데칠성음료도 “거래 정상화를 위해 협의 중”이라며 납품 재개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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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식품사 관계자는 “납품 대금 지급을 두고 홈플러스와 협의 중인데 대금 지급에 대해 홈플러스가 보다 확실한 청사진을 제시해 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매장에 입점해 있는 한 디저트 가게 점주는 “1월 정산금을 4일 받았어야 했는데 아직 받지 못했다”며 “일주일 정도 상황을 지켜보고 악화될 경우 휴업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납품 대금 정산 주기는 45∼60일로 다른 대형마트보다 긴 편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정산 주기는 각각 25∼45일, 20∼30일 정도다. 홈플러스 납품 업체들과 입점 업체들은 홈플러스의 대금 지급 계획이 여전히 불확실하고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를 믿을 수 없다며 정산 주기 축소와 선입금을 요구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대규모 세일 행사인 홈플런이 끝나는 12일 이후의 상황이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금 지급에 불안감을 느낀 업체들이 다시 납품을 중단하면 영업에 문제가 생기고 이는 홈플러스의 현금 창출력을 약화시켜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금 정산의 기본은 하루도 밀리지 않는 것”이라며 “한 번 지연되면 업체들의 불안감이 커져 납품을 중단하는 곳들이 늘어나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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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