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구속취소 청구 인용으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도착해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며 인사하고 있다. 2025.3.8/뉴스1 ⓒ News1
윤 대통령이 직접 지지자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처음이다. 자필 편지와 영상 메시지 등을 통해 지지층 결집을 요청했던 윤 대통령이 이날 경호차량에서 내린 것은 지지자들에게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지자들과 인사한 뒤 “오늘의 윤석열을 만든 건 아스팔트 위의 지지자들 덕분 아니겠는가”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석방 당일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서도 사과나 국민 통합 메시지 대신에 헌법재판소 최후진술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에 대한 수사가 위법했고 비상계엄이 정당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 구치소와 관저 앞서 지지자 직접 만난 尹
윤 대통령은 이날 구치소 앞에서 경호 요원들의 엄호를 받으며 총 2분 54초 가량 총 약 90m를 걸었다. 지지자들에게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지만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한 육성 메시지는 내놓지는 않았다. 대신 변호인단이 “대통령께서 전할 말씀”이라며 400자 분량의 짤막한 입장문을 공개했다. 입장문에는 “불법을 바로잡아 준 중앙지법 재판부의 용기와 결단에 감사드린다”며 “추운 날씨에도 응원을 보내주신 많은 국민들, 미래 세대 여러분들, 국민의힘 지도부를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린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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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와 관저 앞에서 직접 지지자들을 만난 것은 모두 윤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와 여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8일 오후 5시 15분 전후로 검찰의 석방지휘 통보 문서가 서울구치소에 접수된 뒤부터 본격적인 출소 준비를 시작했다. 이때 윤 대통령이 접견 중이던 수행원들에게 “직접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구치소 앞에서 연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엔 연설을 할 만한 준비가 갖춰져 있지 않은데다 경호처 역시 경호문제를 들어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결국 윤 대통령이 “그러면 불러주는 내용을 받아적어 달라”며 수행원에게 구술 형태로 메시지를 남겼고, 출소 시점에 맞춰 이 메시지를 공개했다는 것이다.
● 석방되자마자 여론전
윤 대통령은 변호인단을 통해 공개한 메시지에서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을 두고 “불법을 바로잡아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계엄 관련자에 대해선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에 따라 공직자로서 임무를 수행하다 고초를 겪고 계신 분들”이라고 했다. 한 법조인은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자신이 불법수사 피해자라는 프레임 전환을 시도한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메시지에서 “제 구속 관련 수감돼있는 분들도 계시다”며 “조속히 석방되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에 폭력을 동원해 난입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는 일부 지지자를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명확한 지지층 결집 메시지”라며 “이 메시지를 출발로 더 선명한 결집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구속취소를) 갈등을 심화시킬 계기로 삼을 것인지, 앞으로 통합과 자제의 메시지를 낼지는 윤 대통령에 달린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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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조승연 기자 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