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 작년 자살 사망자 1만4439명… 13년 만에 최다 ‘자살의 비범죄화’ 이끈 포르셰 포 실버리본 대표 인터뷰 정부, 정신 건강 위해 예산 배정… 민관 주축으로 세부 프로그램 마련 “韓도 모두 힘 모을 때 변화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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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약 5년 전만 해도 자살을 시도하면 범죄자로 판단하고 법적으로 처벌했다. 실제 2019년까지 싱가포르 형법에는 자살 시도자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하는 조항이 존재했다. 자살을 금기시하고 철저하게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사회였다. 하지만 자살 시도자는 처벌 대상이 아니라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는 사회적 목소리가 커졌고 2020년 1월 해당 조항은 삭제됐다. ‘자살의 비범죄화’를 이끈 주역 중 한 명은 싱가포르 비영리단체 실버리본(Silver Ribbon)의 대표 포르셰 포(사진)다. 그는 5일 e메일 인터뷰에서 “정신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 밤을 새울 수도 있다”고 말할 정도로 자살 문제와 관련해 강한 열정을 보여 줬다.
―‘자살의 비범죄화’를 이끄는 과정은 어땠나.
“쉽지 않았다. 과거 싱가포르 사람들은 자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매우 꺼렸다. 부모들은 자녀가 자살을 시도하면 체포될까 봐 국립병원이 아닌 민간병원에서 치료받도록 할 정도였다.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살의 비범죄화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한 청취자는 ‘자살을 부추기려는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정신 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자살 충동을 느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처벌하는 게 아니라 충분한 도움을 제공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반복해서 이야기했다. 지금 싱가포르는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이 더 자연스럽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회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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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에게 맞는 복지 서비스는 없다. 그래서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하면서 대상자에 따라 서비스를 맞춤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장례식장과 협조해 자살 유가족이 발생했을 때 장례 준비 과정에서 어떤 지원을 할 수 있을지를 공유한다. 가사 노동자 지원 센터와 함께 싱가포르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가사 노동자가 겪는 향수병과 같은 심리적 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쇼핑몰과 협력해서 화장실 칸막이 안에 상담 핫라인을 적어 두기도 한다. 마음이 힘든 사람들은 종종 화장실에서 혼자 운다.”
―전 세계적으로 청소년 정신 건강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싱가포르의 상황은 어떻고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나.
“싱가포르 역시 청소년들의 정신적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는 보고가 증가하고 있다. 올해 2월 실버리본은 조부모를 위한 정신 건강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조부모가 손주들을 돌보는 경우가 많아 손주들의 정신 건강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 손주들이 정신 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경고 신호를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조부모 스스로가 돌봄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국의 높은 자살률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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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