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이 몸 오염시킨다 믿은 중세 조선시대 ‘비노’서 유래한 ‘비누’ 동서고금 인류 목욕 역사 총정리 ◇씻는다는 것의 역사/이인혜 지음/392쪽·2만7000원·현암사
동서고금의 다양한 목욕 문화. 영국 배스에 있는 로마식 목욕탕 ‘로만 테르마이’. 사진 출처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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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엉뚱한 생각을 해온 사람이 또 하나 있었다.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사인 저자가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인류의 목욕 역사를 총정리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목욕 흔적인 인더스 문명의 모헨조다로 유적에서부터 고대 로마, 중세 유럽, 북미와 핀란드의 목욕 문화와 삼국 시대에서 현재에 이르는 우리의 목욕 문화까지 ‘동서고금’을 아우른다. 다른 나라의 신기한 목욕 모습과 그 안에 담긴 문화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저자는 목욕이 단순히 몸을 씻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각 나라, 인종, 민족의 청결에 대한 관념, 종교적 교리, 목욕 시설과 도구의 개발 등 수많은 역사적·문화적 맥락이 얽히고 담긴 ‘그릇’이라고 말한다. 그리스, 로마에서는 목욕을 몸 안 체액의 균형을 맞추는 의료행위로 여겼지만, 그 뒤를 이은 중세 유럽에서는 목욕은 오히려 불결하고 두려운 행위로 여겼다. 더운 공기를 통해 열린 모공으로 나쁜 공기가 몸에 들어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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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국내에서 발명된 이태리타월은 외국인에게 관광상품이 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저자는 오늘날 일상이 된 목욕에는 역사, 종교의식, 계몽 운동, 사교활동에서 위생 관리 방법, 공공복지까지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사진 출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10여 년 전 일본에서 만난 한 지방공무원과 이야기하다가 한국 찜질방을 소개한 적이 있다. 이발소, 식당, 비디오방에 PC방, 가마니를 쓰고 들어가는 불한증막에 얼음방까지 있다고 했더니 “혼토니(本當に·정말로)?” 하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 그의 반응이 신기했지만, 생각해 보면 ‘씻는다’는 동일한 행위가 나라와 시대, 민족과 인종에 따라 이처럼 크게 다른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게 새삼 놀랍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