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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 아득한 누런 구름, 어슴푸레 빛을 잃은 해.
북풍은 기러기를 몰아치고 눈발은 어지러이 흩날린다.
그대 가는 길에 지기 없을까 걱정은 마시라.
천하에 그 누군들 그댈 모르겠는가.
(千里黃雲白日曛, 北風吹雁雪紛紛. 莫愁前路無知己, 天下誰人不識君.)
―‘동대와 작별하며(별동대·別董大)’ 제1수·고적(高適·약 704∼765)
간결한 위로 한마디, ‘어딜 가든 다 그대 음악을 알아주리니 걱정 마시라’. 칠현금 연주의 명인과 작별하는 자리에서 시인이 건넬 수 있는 말은 이뿐이었다. 삭풍이 불고 눈이 날리는 폐색의 겨울, 해 질 녘이어서인지 자욱한 황사 탓인지 구름도 태양도 윤기를 잃은 채 어슴푸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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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곤고(困苦)한 삶을 살았던 시인은 변방을 들락이며 경륜을 쌓았고, 동대와의 이 작별이 있은 지 2년 후 맹장 가서한(哥舒翰)의 막료로 들어갔다. 안사의 난 시기에 숙종으로부터 군사적 지략을 인정받아 승승장구했고, 선비 출신이면서 군공(軍功)으로 봉작을 받는 특이한 이력까지 남겼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