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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그때 모른 척해서.”
―이정범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도 제가 창피하죠? 그래서 모른 척했죠? 괜찮아요. 반 애들도 그렇고 선생님도 그런데요 뭐……. 거지라고 놀리는 뚱땡이 새끼보다 아저씨가 더 나빠요. 그래도 안 미워요. 아저씨까지 미워하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 한 개도 없어. 그 생각 하면 여기가 막 아파요. 그러니까 안 미워할래.” 때론 영화 속 대사가 안타까운 현실을 맞이해 새삼스러운 아픔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영화 ‘아저씨’에서 김새론이 했던 대사가 그렇다. 전직 특수요원이지만 부인을 잃고 실의에 빠진 채 살아가는 태식(원빈). 그는 유일한 친구인 옆집 소녀 소미(김새론)가 도둑으로 오해받는 걸 알고도 모른 척 해버린다. 그는 그렇게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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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5년이 지난 현재, 김새론의 갑작스러운 비보는 영화 속 소미의 대사를 새삼스럽게 만든다. 용서 없는 사회의 비정함과 지나친 여론재판 속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을 때 우리들은 왜 모른 척했을까. “미안하다. 그때 모른 척해서.” 태식이 소미를 구한 후 하는 그 말 또한 다른 울림으로 다가온다. 소미는 태식을 꼭 안아주고, 태식은 그렇게 구원받는다. 누군가를 구하는 일은 또한 나를 구하는 일임을 왜 모를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