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상법개정안 강행]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 확대 땐 M&A 등 경영진 상대 줄소송 우려 韓 기업 경쟁력 하락 초래할 것”
산업계는 상법 개정안이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자 “경영 활동 위축이 우려된다”며 반발했다.
한국경제인협회 등 8개 경제 단체는 이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경제계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확대 등 기업 지배구조 강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전달했으나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아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며 “국회가 상법 개정안에 대해 다시 한번 신중하게 검토해 주기를 간곡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상법 개정안이 이사의 충실 의무 범위를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한 것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 기존 상법에서는 충실 의무 범위가 ‘회사’로 한정됐다. 범위를 확대하면 이사들이 다양한 주주 중 누구의 이해관계를 따라야 할지 알 수 없어 경영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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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새로운 투자나 인수합병(M&A) 결과가 좋지 않아 주가가 떨어지면 주주들이 이사들에게 책임을 지라고 요구할 수 있다”며 “배임으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어 이사들은 민감한 결정을 미루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이나 영국, 일본 등 주요국들은 대부분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로 한정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이 글로벌 기준과 동떨어진 규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을 옥죄는 법안이기에 한국의 투자 여건이 나빠졌다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 외국 기업이 한국 투자를 꺼리는 요인이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이사의 충실 의무 범위 확대의 이유가 된 기존 문제들, 예를 들어 기업 물적분할 과정에서의 소액주주 소외나 M&A 과정의 불법 행위 등은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준성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자본시장법은 상장사만 대상인데 상법 개정은 비상장 기업까지 모두 적용된다”며 “대기업뿐 아니라 상장되지 않은 중소·중견 기업들에도 불똥이 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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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