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서울공항 인근 공군15특수임무비행단(공군15비). 회색 빛깔의 군 기지와 군수품으로 가득 차 다소 삭막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이 부대 깊숙한 곳엔 노란색과 보랏빛으로 단장한 아담한 새 도서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군 가족들이 머무는 관사에서 도보로 2~3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데다 관사 단지 내 놀이터와도 출입구가 맞닿아있어 아이들이 언제든 쉽게 찾을 수 있는 곳. 따뜻한 햇빛이 들어 추운 날씨에도 도서관 주변에선 해맑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날 새롭게 문을 연 도서관을 찾은 어린이 40여 명은 “새 만화책들이 진짜 많다”라고 환호하며 도서관 구석구석을 신나게 둘러보기 시작했다.
공군 장병 및 가족, 군무원들을 위한 공군15비 내 ‘한성 작은 도서관’이 13일 개관식을 열고 방문객들을 맞았다.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대표 김수연 목사)이 KB국민은행·국방부로부터 설치비 및 운영비를 지원받아, 군 관사 내 군인 가족들을 위한 문화 혜택 지원과 지역 공동체 장으로 활용할 목적으로 조성했다. 국방부·KB국민은행 간 ‘작은 도서관 설치·운영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에 따라 2015년부터 시작돼 이번이 군인가족을 대상으로 33번째 작은도서관이다.
한성 작은 도서관 부지에는 원래 어린이집이 운영되고 있었다. 최근 다른 부지에 어린이집이 신축되면서 남은 공간을 작은 도서관으로 개조해 활용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현재 2층짜리 건물의 2층 240㎡(약 73평) 공간에는 어린이들이 편히 독서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비롯해 군 장병, 가족 등 성인들도 이용할 수 있는 열람공간, 정보검색 공간, 서가가 마련됐다. 현재 장서는 약 3400권으로, 향후 부대 및 작은도서관 측 예산을 지원받아 책들이 추가로 빼곡하게 들어설 예정이다. 유휴 공간인 같은 건물 1층에도 올 상반기 중 추가 리모델링을 거쳐 열람실 등이 마련된다.
관사에서 부대 밖으로 한참을 나가야 충분한 장서가 갖춰진 도서관, 서점을 찾을 수 있는 군 가족들에겐 더없이 기쁜 소식이다. 이날 초등학생 아들 한 명과 함께 개관식을 찾은 세 자녀의 아버지 김홍찬 소령은 “괜찮은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려면 차로 30분은 가야 했는데 집에서 도보로 3분도 안 되는 곳에 아늑한 새 도서관이 생겨서 가족 모두가 기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을 찾은 다른 군 가족들도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고 도보 거리에서 안전하게 독서할 공간이 생겨 행복하다. 아이들도 신발을 벗고 맨발로 집처럼 엎드려 책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는 소회를 밝혔다. 현재 공군15비 관사에는 약 540세대가 거주 중이며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군 장병은 약 2500명이다.
이날 개관식 행사에는 김수연 목사를 비롯해 이현희 공군15비단장, 국방부 및 공군 관계자, 김진삼 KB국민은행 부행장 등이 참석했다. 김수연 목사는 “군부대 특성상 문화 혜택을 누리기 쉽지 않으며 차 없이 도서관 방문하기 쉽지 않다. 가까운 거리에 꾸준히 작은 도서관을 조성해 부대 내 독서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