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자리하고 있다. 2025.2.13.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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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14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고교 동문 온라인 카페에 게시된 음란 게시물 글에 직접 댓글을 달았다고 논평을 냈던 것에 대해 “사실관계 점검이 부족했던 부분이 있었다면 당에서 국민께 사과드릴 부분”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논평을 내면서 근거로 주장했던 게시물이 조작된 사진인 것으로 파악되자 관련 대목을 삭제하는 등 논평을 수정하기도 했다.
탄핵 정국에서 각종 음모론이 극성을 부리는 요즘이지만 집권여당이 허위정보에 놀아난 것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아무리 헌재의 재판 진행이 정치적으로 못마땅하더라도 성 착취물 같은 중대 범죄와 관련된 것이라면 한 번쯤 고개를 갸우뚱하는 게 상식일 텐데 공당이 논평을 내면서 가장 기본적인 의심과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해당 논평을 낸 대변인은 ‘가짜뉴스대응단’ 단장을 겸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응을 보면 온라인에 오른 허위정보가 각종 조작 기술과 결합해 재생산되면서 극우 유튜브를 거쳐 정치권으로 번지는 전형적 음모론 확산 구조에 공당이 한몫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에도 그 시작은 서울서부지법과 헌재에 대한 폭력 난입을 모의한 정황이 포착돼 수사선상에 오른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이었다. 이들이 제기한 음모론과 비난을 극우 유튜버가 퍼 나르면서 정치인 입에 오른 것을 여당이 덥석 물어 확성기 역할을 자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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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문 대행에 대해선 마지못한 듯 어정쩡한 사과를 하고도 여전히 해당 카페를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빗대 ‘행번방’으로 부르며 헌재 흔들기에 여념이 없다. 그 목표가 대통령을 살리려는 것이든, 자신들이 살기 위한 것이든 중심은 제대로 잡아야 한다. 음모론과 허위정보에 마냥 휘둘려선 결국 그 늪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