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연 X(옛 트위터코리아) 상무가 지난해 9월 열린 장수 트레일레이스 38km에 참가해 즐겁게 산을 달리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트레일러닝에 빠져든 그는 15일부터 이틀간 뉴질랜드에서 열리는 타라웨라 울트라트레일 102km에 도전한다. 김가연 상무 제공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전 내려올 걸 왜 올라가냐며 등산을 싫어했어요. 그런데 친구가 살을 빼자며 서울 청계산을 오르자고 해서 따라갔는데 별로 힘들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한 달에 한두 번 친구와 서울에서 가까운 산을 오르는 수준이었죠.”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살이 많이 쪘다. 한강 등 공원이나 시내 걷기는 좋아했지만 등산은 싫어했다. 친구 따라 산을 오른 게 2021년이었다. 2022년엔 불어난 체중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될 것 같아 피트니스센터에 등록해 주기적으로 PT(개인지도)를 받았다. 김 상무는 “다이어트를 제대로 하고 싶어 보디프로필반을 선택했다. 주기적으로 보디프로필을 찍으려면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 매주 2, 3회 PT를 받으며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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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T(Pacific Crest Trail)는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까지 이어지는 4300km 트레일을 말한다. 김 상무는 가장 먼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알아봤다. 800km라 최소 한 달이 소요돼 포기했다. 그러다 찾은 게 일본 구마노(熊野) 고도(古都) 순례길. 1000년이 넘은 307km 옛길 코스다. 김 상무는 지난해 2월 4박 5일 코스를 다녀왔다. 그는 “산악지대를 하루 20∼30km씩 남자들보다도 빠른 속력으로 걸었다. 대자연 속에서 정신적 안정도 되찾았다”고 했다.
트레일러닝은 지난해 4월 처음 접했다. 친구와 여행 겸 경북 울릉도에서 열린 트레일러닝 대회 15km에 참가했다. 그는 “등산 복장으로 가서 달리지는 못했다. 걸으면서 자연 속에서 달리는 스포츠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내게도 잘 맞았다”고 했다. 그는 5월 부산 금정산파워트레일레이스(GPTR) 22km에 참가해 3시간1분46초에 완주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트레일러닝에 빠져들었다. GPTR을 주최한 부산 파워트레일러닝(PTR) 클럽에 가입해 훈련했다. 집과 회사는 서울이지만 토요일과 일요일엔 내려가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았다.
김 상무는 6월 원주트레일러닝 살로몬 치악산 28km, 8월 장수 쿨밸리트레일레이스 17km를 완주했고, 9월 다이나핏 태백트레일 50km를 11시간28분47초에 달렸다. 10월엔 마라톤을 포함해 3개 대회에 나갔다. 트랜스 제주 50km를 11시간19분41초에 완주했고, 울주트레일나인피크대회 2피크에 도전했지만 중도에 컷오프 당했다. 춘천마라톤 42.195km 풀코스는 4시간14분27초에 완주했다. 지난해 11월 40km, 올 1월 30km 트레일러닝도 달렸다.
“트레일러닝은 인생과 똑같아요. 트레일러닝 대회는 정해진 시간 안에 완주해야 합니다. 반나절이나 하루를 달리다 보면 인생을 한 번 산 느낌이죠. 출발은 희망차게 하고, 중간에 너무 힘들어 때려치울까 고민하죠. 참고 가다가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 다시 힘이 나죠. 그리고 완주했을 땐 ‘오늘도 내가 해냈구나’ 하면서 저 자신에게 놀라며 희열을 느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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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