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프로그램에서 전신을 쓰는 역동적인 스텝 시퀀스를 보여주고 있는 차준환. 2025 하얼빈 겨울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제공
차준환은 11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에서 열린 2025 겨울 아시안게임 피겨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올 시즌 최고점인 94.09점을 받아 가기야마 유마(22·일본·103.81점)에 이어 2위에 올랐다.
13일 프리스케이팅까지 끝나야 이번 대회 최종 순위가 나오지만 차준환은 아시안게임 메달을 사실상 확정 지었다. 이번 대회 출전 선수 중 차준환보다 프리 기본 구성 점수가 높은 선수는 가기야마와 사토 슌(21·일본) 둘뿐이다. 사토는 쇼트에서 점프를 세 번 시도하다 두 번 넘어져 현재 차준환에게 24점 넘게 뒤진 상태다. 차준환이 프리에서 점프를 일곱 번 시도하는 동안 두 차례 이상 넘어지는 실수만 범하지 않으면 사토가 클린 연기를 해도 역전이 어렵다.
광고 로드중
피겨 차준환이 11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빙상훈련센터에서 열린 하얼빈 겨울 아시안게임 피겨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에서 강력한 비트의 이매진 드래건스의 ‘내추럴’에 맞춰 연기하고 있다. 하얼빈=뉴스1
하지만 차준환은 마지막에 배치한 트리플악셀 점프 착지 과정에서 오른발로만 버티지 못하고 왼발을 딛는 ‘스텝 아웃’을 범했다. 차준환은 보통 트리플악셀 때 약 2점의 가산점을 얻었는데 이 실수로 가산점 없이 수행점수 0.80점이 깎였다. 지현정 코치는 “평소에 거의 안 하던 실수인데…”라며 아쉬워했다.
차준환이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과 이어지는 엔딩 포즈로 쇼트프로그램 연기를 마무리하고 있다. 하얼빈=뉴스1
이번 대회에서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가기야마는 쇼트에서 쿼드 점프 2개를 포함해 클린 연기를 펼쳤다. 가기야마는 2022 베이징 겨울 올림픽 남자 싱글에서 네이선 첸(26·미국)에 이어 은메달을 딴 선수다. 가기야마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올림픽에서도 알리야 말리닌(21·미국), 아담 샤오 힘 파(24·프랑스) 등과 금메달 후보로 꼽히고 있다.
세계 무대에서 남자 싱글 메달을 다투는 선수들은 쇼트에서 쿼드 점프 2개, 프리에서 쿼드 점프 3개 이상을 뛴다. 차준환 역시 2023~2024시즌부터 쇼트와 프리에 쿼드 점프를 각 하나씩 추가해 쇼트 쿼드 2개, 프리 쿼드 3개 구성을 준비했다. 하지만 왼쪽 발목 부상이 악화해 다시 쿼드 점프를 쇼트 1개, 프리 2개로 되돌려 실전을 치르고 있다.
광고 로드중
차준환은 13일 남자 싱글 프리에서 다시 한번 자기 개인 최고점 경신에 도전한다. 차준환의 프리 최고점은 196.39점으로 2023년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피겨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땄을 때 기록한 점수다.
차준환은 “종합대회에서 항상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번 대회에 아시아에 있는 세계적인 선수들도 다 와 있다. 그만큼 제 경기에 최선을 다해 집중하는 것이 저에게도 이로운 일”이라며 “이번 경기도 저에게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준비한 것들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얼빈=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