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 곁에 머물기/신진화 지음/276쪽·1만8000원·글항아리
이 책은 국내 유일한 여성 빙하학자가 쓴 보고서이자 견문록, 성장일지다. 인터넷 동영상으로 범람하는 어떤 여행기보다 전문적이고 희귀한 데다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저자는 ‘냉동 타임캡슐’이라고 불리는 빙하를 통해 수천만 년 전 기후를 연구하는 과학자다. 책은 2023년 그린란드 국제 심부 빙하 시추 프로젝트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 일화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과학자답게 책은 빙하, 고기후, 극지 등의 정의를 짚으면서 시작된다. 남극 빙하를 탐사하면서 벌어지는 기후재난을 다룬 영화 ‘투모로우’, 빙하를 타고 서울에 왔다는 ‘둘리’ 등 친숙한 사례를 들며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것이 강점이다. 기후 위기라는 시한폭탄을 매일 조사하는 연구자로서 그 위급함을 전달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10만 년 주기로 4∼5도씩 오르내리던 지구 평균온도 변화를 200년 안에 달성하게 될 가능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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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자연에 대한 경의를 통해 터득하는 삶의 지혜는 울림을 준다. “이산화탄소의 농도 데이터를 1000년 규모로 보는가, 80만 년 규모로 보는가에 따라 의미가 다르듯 매일 작은 성공과 실패가 반복되지만 인생 전체로 보면 작은 해프닝일지 모른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