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숏폼에 중독된 사회] 〈하〉 유아까지 ‘뇌썩음’ 경보 학업 지장-가족 갈등 주요원인 꼽혀… 못하게 하면 때리는 등 과격 행동도 예산 삭감돼 상담사 인력 부족… 상담수요 느는데 상담건수는 줄어 英-佛 이어 韓서도 폰 규제법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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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를 앞둔 고3 여름, 하루종일 유튜브와 스마트폰 게임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분노 조절도 어려웠습니다.”
김모 군(21)은 최근 고3 시절 스마트폰 중독 증세를 치료해 준 경기남부스마트쉼센터 상담사를 다시 찾았다. 간호학과에 입학한 그는 군 입대 후에도 상담사와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상담센터에 따르면 집에서 대화가 없고 별다른 취미 활동이 없는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 김 군은 “상담을 통해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내 감정이 무엇인지 솔직하게 타인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고 전했다.
● 4세 어린이도 중독 증세… 관련 예산은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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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학생은 새로 입학한 중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초등학교 친구들과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에 집착했다. 아침에 일어나지 못해 지각을 계속하다 결국 등교 거부로 이어졌다. 아버지 손에 이끌려 전문 상담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이 센터를 찾은 서모 씨(48)는 자녀가 4명 있다. 그는 첫째인 초등학교 5학년 딸이 “낙태는 왜 하는 것이냐”고 자신에게 묻자 충격을 받았다. 딸이 숏폼과 유튜브, 친구들과의 SNS 대화 등에서 성적인 콘텐츠를 접한다는 사실을 알고 아이들과 함께 센터를 방문했다. 서 씨는 “학교마다 스마트폰 과의존 상담 선생님을 두고 학부모 대상 강의와 예방 상담 등을 제공했으면 좋겠다”며 “그러면 가정에서 자녀의 SNS 습관을 교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시기가 더 빨라지고 있다. 경기남부스마트쉼센터 이현이 소장은 “최근 부모들이 도저히 미디어 노출 통제가 되지 않는다며 4, 5세 아동을 데리고 상담을 오는 경우가 많다”며 “아동은 중고등학생보다는 교정 가능성이 열려 있는 편이어서 어릴수록 빨리 습관을 바로잡아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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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에서 잇따르는 SNS 제한… 한국도 발의
지난해 말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올해의 단어’로 ‘뇌 썩음(brain rot)’을 선정했다. 청소년들의 SNS 중독 경고음이 커지며 자극적인 콘텐츠 과잉 소비로 지적 퇴화가 심각해진다는 위기의식에서다. 이에 전 세계 각국에서 아동 청소년 보호를 위한 SNS 제한 조치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프랑스 정부도 현재 일부 학교에서 시범 시행 중인 스마트폰 사용 금지 규정을 올해 하반기(7∼12월)부터 초·중학교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알렉상드르 포르티에 프랑스 교육부 학업성취 담당 장관은 “지금은 국가적 위기 상황”이라며 “청소년의 건강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통신·디지털부도 지난달 “정부가 SNS 접근에 대한 최소 연령 제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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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