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업계, 구매 연령층 확장 시도 ‘군산 특별판’ 등 지역에서만 팔고 아이돌 음반처럼 ‘스페셜 에디션’도 “책 가치 끌어올릴 방안도 고민을”
등장인물별 표지 에디션을 새롭게 선보인 김애란 작가의 ‘이중 하나는 거짓말’. 문학동네 제공
지난해 교보문고가 선정한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1위에 올랐던 김애란 작가의 ‘이중 하나는 거짓말’(문학동네). 최근 이 책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위와 같은 문장이 뜬다. 지난해 8월 첫 출간된 이 소설은 지난해 말부터 새로 만든 표지가 3종류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마치 아이돌 음반에 멤버별 포토 카드가 랜덤으로 든 것처럼, 소설 속 주요 인물(소리와 지우, 채운)별로 ‘스페셜 에디션’을 만들었다.
기존에 있던 책의 표지나 제본 방식을 바꾸는 건 출판계에선 흔한 일이다. 가령 판매 10만 부 돌파 같은 특별 이벤트가 있을 때 등장하는 고전적 마케팅이다. 하지만 최근엔 출간 1년도 안 된 책들의 표지 등을 새로 바꾸는 ‘리커버(re-cover)’ 트렌드가 서점가에서 불고 있다. 특정 지역 한정판이거나 서점마다 표지가 다른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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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에서만 파는 ‘군산 특별판’을 만든 조예은 작가의 ‘적산가옥의 유령’. 현대문학 제공
서점별로 각각 리커버를 만든 데니스 뇌르마르크의 ‘가짜 노동’. 자음과모음 제공
리커버를 통해 구매 연령층의 확장을 시도하기도 한다. 스테디셀러인 ‘벌거벗은 한국사’(프런트페이지)는 원래 자녀를 둔 40대 여성이 주요 구매층. 하지만 최근 2030 여성층에 인기가 높은 디자인 스튜디오 ‘오이뮤’와 협업한 새로운 표지로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리커버가 많아지며 독자들이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책의 내용이 보강되는 개정증보판도 아니고, 표지만 바꿔 구매를 유도하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기호 출판평론가는 “빈번한 리커버는 책 자체의 무게감을 훼손시킬 수도 있다”며 “리커버를 하더라도 책의 가치를 어떻게 끌어올릴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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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