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10일도 안 돼 상황이 급변했다. 저사양 AI용 반도체를 주로 활용한 딥시크가 미국 대표 AI 기업 오픈AI의 챗GPT 개발비의 약 5.6%에 불과한 비용으로 챗GPT에 필적하는 제품을 만든 게 확인된 것. 이 소식이 알려진 27일부터 엔비디아 등 뉴욕 증시의 AI용 반도체 기업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세계 최초의 웹 브라우저 중 하나인 ‘모자익’을 개발한 실리콘밸리의 유명 투자자 마크 앤드레슨은 딥시크를 “AI의 스푸트니크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1957년 옛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발사하면서 미국의 우주 기술이 소련보다 뒤처졌음을 확인한 사건을 가리킨다. 딥시크로 인해 미국과 중국의 AI 기술 격차가 생각만큼 안 크고, 가성비가 훨씬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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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챗GPT 약 20분의 1 비용에 비슷한 성능
‘R1’은 다양한 수학, 코드 및 추론 작업에서 챗GPT의 신형 모델 ‘o1’과 비슷하거나 이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기술 전문지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R1은 미국 수학 경시대회에서 79.8%의 정확도로 o1(79.2%)을 앞섰다. 코딩 테스트에서도 65.9%의 정확도로 o1(63.4%)을 눌렀다.
그러면서도 수천만 달러의 대규모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AI를 훈련하는 미국 빅테크와 달리 딥시크는 엔비디아가 2022년 개발해 상대적으로 구형인 칩 ‘H800’으로 AI를 개발했다. 딥시크의 주장에 따르면 개발 비용 또한 558만 달러(약 78억1200만 원)로 1억 달러(약 1400억 원)가 들어간 챗GPT의 5.6%에 불과하다.
중국의 다른 정보기술(IT) 기업에서도 ‘AI 굴기’가 한창이다. 중국 최대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그룹의 계열사인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29일 새 AI 모델 ‘큐원(Qwen) 2.5-맥스’를 출시했다. 알리바바 측은 “큐원의 성능이 비교 모델을 뛰어넘었다”고 주장했다. 중국계 소셜미디어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도 22일 ‘두바오 1.5 프로’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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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각에선 美 기술 도용 가능성도 제기
미국은 딥시크를 비롯한 중국의 기술기업들이 ‘오픈소스’를 지향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AI 개발 악용 우려 등을 이유로 상대적으로 기술 공유에 소극적이었던 미국 기업들과 달리 중국 기업들은 AI 모델의 개발 과정을 적극 공개하는데 이런 차이가 중국을 AI 연구 및 개발의 중심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
오픈AI의 투자자이기도 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는 “딥시크는 진정한 혁신을 보여준다. 중국의 AI 개발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우려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딥시크의 가성비를 “인정한다”고 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AI 업계 일각에서는 딥시크의 미국 기술 도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CNBC는 딥시크가 중국 수출이 금지된 엔비디아의 고사양 AI 반도체를 다량 보유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오픈AI도 “딥시크가 우리의 AI 기술을 도용한 정황이 있다”고 밝혀 양국 간 또 다른 무역분쟁의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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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