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박물관 ‘한류문화사전’ 발간 로제 ‘아파트’로 관심 높아진 K주거… “아파트, 韓 근대화의 독특한 산물” 온돌 같은 온수매트-식당 앞치마 등… 외국인 시선으로 특이한 문화 소개
2019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영화 ‘기생충’을 통해 잘 알려진 ‘반지하’(위쪽 사진)와 로제의 히트곡으로 유명해진 ‘아파트’(아래 사진)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주거 형태로 꼽힌다. CJ ENM·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최근 서울 용산구의 한 옥탑방에 묵었던 외국인 관광객이 남긴 에어비앤비 후기다. 또 다른 후기에선 “경사가 짐을 끌고 오르기 힘들 정도다. 맞은편 집에서 당신이 보일지도 모른다”며 당혹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K드라마 주인공이 낭만적인 삶을 살던’ 옥탑방을 기대했거나 화려한 ‘루프톱 하우스’를 예상했다가 낭패를 본 기색이 역력하다. 한류 붐을 타고 한국 문화가 세계에 확산되면서 낳은 독특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최근 ‘한류문화사전’(이하 사전)을 발간한 이유 중엔 이런 오해를 막자는 의도도 담겼다. 표제어 443개를 선정했는데 한국 문화에 관심 깊은 외국인들이 다수 참여했다. 한국인인 우리는 당연하게 여기지만, 타인의 시선에선 흥미로운 문화는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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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로제와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부른 노래 ‘아파트(apt.)’로 관심을 모은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사전은 ‘한국의 근대화가 낳은 독특한 산물로서 한국인의 욕망이 투영된 결과물’이라고 설명한다. 편찬 자문에 참여한 네덜란드 유튜버 바르트 판 헤뉘흐턴은 “모든 것을 갖추고 있어 떠나지 않고도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배타적인 공간”이라고 평했다.
외국인이 K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신기하게 생각한다는 ‘냉면’(위쪽 사진)과 ‘온수 매트’. 동아일보DB
사전에 다수 등재된, 한국어에서 특히 발달한 맛에 관한 표현도 외국인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담백하다’는 개운하고 산뜻한 맛을 나타내는 형용사지만, 한국인은 매운탕이나 설렁탕도 지나치게 짜거나 기름지지 않으면 담백하다고 한다.
맛 표현이 사람에 대한 표현으로 확장하면 해석의 난도는 더 올라간다. 표제어 선정에 참여한 40대 외국인은 “싱거운 사람이란 대사가 드라마에 나오는데, 사람이 어떻게 싱거울 수 있냐”며 “한국어는 사람의 성격이나 행동을 묘사하는 표현이 다양한데, 특히 성격을 음식처럼 말하는 게 특이하다”고 했다. ‘시원하다’ ‘말아먹다’ 역시 마찬가지다. ‘밥 한번 먹자’가 “가까운 관계임을 표현하는 형식적인 인사”란 점도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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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에서 한식 안주와 함께 자주 등장하는 ‘소주’는 한국식 칵테일인 ‘소맥’으로 변주되기도 한다. 채널A 제공
이번 사전은 한국민속대백과 편찬 2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특별판이다. 원고지 4600여 장 분량, 사진도 800장에 이른다. 민속학, 사회학 등 분야별 전문가 129명이 참여했다. 영어판 발간 등도 준비되고 있다. 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장은 “사전이 ‘한국 문화 바로 알기’의 길잡이로 국내외에서 널리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