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없앤 제주 역사 상징 ‘관아’ 복원 후에도 종 행방은 오리무중 복원 추진 중 日 박물관서 발견 1690년 주조, 쌍룡 형태 고리 특징
일본 도쿄 네즈미술관에서 발견된 종. 1690년 경남 고성 운흥사에서 주조된 이 종은 전남 해남을 거쳐 1850년부터 1916년까지 제주목 관아에 걸려 있었다. 제주도 제공
21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에 따르면 1916년 사라진 제주목(牧) 관아의 종이 도쿄 네즈미술관에서 발견됐다. 세계유산본부가 제주역사문화진흥원에 의뢰한 ‘제주목 관아 종 복원 고증 학술 용역’ 과정에서 확인된 것이다.
쌍룡 형태의 종 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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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즈 미술관에서 발견된 종은 1850년 새롭게 설치된 것이다. 당시 장인식 목사는 “역사가 오랜 탐라 고도에 종이 없으면 안 된다”며 해남 미황사에서 900냥을 주고 무게 500근(300kg), 길이 2척(92cm), 둘레 5척 3촌(243.8cm), 두께 1촌 3분(5.98cm) 규모의 종을 사들여 목 관아 외대문 앞 종각에 매달았다.
종은 1916년 일제에 의해 목 관아가 허물어질 때 함께 사라졌고, 현재까지 제주는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유일하게 제야의 종소리를 들을 수 없는 지역으로 남아 있다.
용역을 수행한 연구진은 “제주목 관아는 탐라 시대부터 이어진 제주의 역사와 전통을 상징하는 핵심적인 역할과 기능을 수행했다”며 “그러나 일제강점기 한민족의 문화 말살 정책의 일환으로 제주에서는 가장 먼저 목 관아를 파괴했고, 1916년 종각을 허물며 종은 일본인의 손에 들어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진은 “2002년 제주목 관아의 모습을 복원했지만, 20여 년이 지났음에도 관아의 상징인 종루의 종은 복원되지 않고 있다”며 “네즈미술관에 전시 중인 종의 실물을 최대한 복제하는 방식으로 복원을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도쿄 미나토구에 있는 네즈미술관은 기업인 네즈 가이치로(根津嘉一郎·1860∼1940)가 수집한 동양 고미술품을 전시하기 위해 1941년 설립된 사립미술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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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